[클로즈업] 하대봉 에너지라인 대표 / 대리점 평사원에서 종합에너지사 경영자로

 

▲ 하대봉 에너지라인 대표이사.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86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88올림픽까지 앞둔 1986년 서울은 다소 들떠 있었다. 당시 하대봉 에너지라인 대표이사<사진>는 LG정유 대리점인 세진석유의 평사원이었다. 통영에서 태어나 상고와 지역대학을 졸업한 직후 상경한 길이었다.

물론 혈기왕성한 청년에게 '유업(油業)'은 그리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이란 직접 겪어봐야 알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루 18시간씩 닥치는 대로 일만 했다. 간단한 금전출납부터 대형 탱크로리 운전까지 가리지 않았다.

무던하리만큼의 성실함은 곧 경영자의 눈에 들었다. 입사 1년만에 주유소장 직함이 달렸다. 그러나 나이 어린 소장에게 호락호락한 일감이 떨어질 리 없었다. 나이 지긋한 주유소장들이 차지하고 남은 변두리 외곽 영업소가 그의 몫이었다.

주유소 경영의 관건은 뭐니뭐니해도 주유소 위치다. 일단 통행량이 많아야 하고 지리적으로도 목지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올림픽선수촌이 들어서던 송파구 영업소는 하루 판매량이 많아야 50드럼에 그쳤다.

그는 주유소 대신 먼지 날리는 근처 도로 공사장을 발로 뛰었다. 중장비 영업을 위해서다. 수개월만에 매출이 종전의 3배 이상인 일일 160드럼 수준이 됐다.

88올림픽의 승전보처럼 그의 활약이 회자될 즈음, 이번엔 한 재개발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해당 영업소는 언덕이 심해 왕래하는 차량이 드물었던 데다 폭력조직이 일대를 주름잡고 있어 영업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수완은 빛을 발했다. 

'모든 고객은 소중하다'는 원칙을 세우고 거래처의 신분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았다. 폭력조직과 연계된 재개발 회사의 매출이 제때 회수되지 않았지만 외상공급을 유지했다. 이런 신의에 감동한 거래처는 형편이 나아지자 모든 유류거래를 그에게 몰아줬다. 하루 45드럼에 불과하던 매출이 220드럼으로 4배나 늘었다.

가는 곳마다 보잘 것 없는 영업소를 1등 주유소로 만드는 그의 능력은 어느새 그를 유류업계의 인사로 만들었다. 이후 대리점 본사로 복귀한 그는 무려 21곳의 영업소를 직접 관리하는 간부가 됐고 천부적 사업기질로 휴일마다 새로운 영업소를 개발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어 외환위기 체제였던 1999년, 모두가 움츠리고 있던 이 때야말로 주유소사업 기회라며 퇴직금과 탱크로리 트럭 한 대로 개인사업장을 차렸다. 주유소부터 LPG충전소, 자동차정비, 편의점에 이르는 관련 사업을 연계한 종합에너지 회사 '에너지라인'의 모태가 이때 탄생한 셈이다.

유업은 유류수송-도매-영업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게 경험에서 체득한 그의 소신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개인적 성공도 모든 것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중·고교 시절부터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사업보다 경영을, 경영보다 사회공헌을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려 애썼다.

틈틈이 지역 장애인 시설과 노인복지 시설 등을 찾아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에 헌신했다. 아울러 그간의 인생수업을 정리하는 차원에 뒤늦게 국제무역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07년에는 그간의 경험을 녹여낸 '후방지원 활동 품질 특성이 서비스 활동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장 영업장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원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한 이 논문은 "서비스는 금전적 보상보다 인간적인 유대와 접근이 이뤄질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취미가 '일'이고, 좌우명은 '신의와 성실'이라는 그의 철학과 궤를 함께 한다.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에너지라인 사무실에서 만난 하대봉 대표는 "이제 개인적 성공을 지역사회 발전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80년대가 정치인의 시대라면, 90년대는 행정가의 시대요, 이제는 현장을 속속들이 아는 경영인들이 지역발전의 주역이 될 때"라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시사하는 듯했다. 

하 대표는 '有志竟成(유지경성 ;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뤄낸다)'이라는 성어를 메모지에 써보이면서 "이제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맘대로 자치를 뒤흔드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현장형 행정이 필요하다"면서 "성공의 발판이 된 이 지역이 자립, 자족하는 명품 자치구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혼신의 힘을 쏟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