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기후변화포럼서 전문가들 주장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법 제정 이전에 실질적 거래를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탄소 배출권도 시장의 관점에서 보고 거래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인 김성곤 의원(민주당)이 주최한 기후변화포럼에서 이같은 다수 의견이 제기됐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해 "이왕 할거면 빨리 하자. 관련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이전에 실질적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며 시장의 효율적 운용을 강조했다.

전의찬 녹색성장위원회 위원도 "온실가스 감축은 어차피 해결해야할 문제라 효율적 방법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다만 거래소에 대한 부분은 복잡한 문제로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직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이뤄지면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법 제정 이전에 실질적 거래를 하더라도 국내에 배출권 거래소가 생긴 후에 이전의 배출권에 대한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대표이사는 "초기 선물 시장에서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고 있으면 리스크 헷지가 있다. 해외에서 탄소배출권 확보해서 국내에 배출권 거래소 등 관련 기관이 만들어진 후에 매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배출권 거래제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거래소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몇몇 지자체는 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직 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지자체가 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하기 위한 과열 현상이 있다. 지자체가 탄소 금융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 관련 사안을 여전히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는 아직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양승룡 고려대 자원경제학 교수는 "배출권 거래제가 상당히 오랜 기간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도 배출권 거래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부서 간 갈등도 여전한데, 이에 대한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시장 논리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법적·제도적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 정해봉 대표이사는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국가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옥주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정책과장은 "올해 말까지 내부적으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기본법 통과 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일 국회 기후변화대책특위(위원장 이인기)는 기존에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뿐 아니라 자율적 거래 등 여러 방식을 허용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산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배출권 거래제를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제기됐다. 도건우 수석연구원은 "배출권 거래제가 직접 규제보다 비용 효과적이어서 정부나 학계에서는 강력하게 추진하자고 하나 산업계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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