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돈이다(Green is money)'

햇볕, 바람, 파도, 공기 등은 공공재이자 공유자원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대부분은 무한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사용하는데- 물론 사용한다고 자각조차 못할 정도이기도 하지만- 돈을 지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70~80년대 중화학공업,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산업발전을 지향한 한국은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대도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당시 한국의 하늘은 너무도 맑았고 이산화탄소 때문에 나중에 어떤 고통을 당할 지 상상할 필요도 없었던 때였다.

환경의 자정 효과라는 말을 맹신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환경 재앙은 둘째 치고 그것 때문에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켜 이대로 가다가 지구는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과학적으로는 여전히 하나의 가설에 불과한 지구 온난화의 논리가 지금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다.

다음달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약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산업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정해지면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논리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반발했던 업종은 70~80년대 산업 역군인 제철, 시멘트, 석유화학계다.

이들 업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다소비 업종이기 때문에 기준치에 맞추려면 추가 비용을 들여 새로운 배출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아니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회사에 돈을 지불하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용이 드는 일이다.

게다가 탄소세를 부과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 또한 결국 화석 에너지를 사용해온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환경 때문에 돈이 든다는 결론이다. 지금까지는 돈을 들이지도 않았던 일에 돈을 들여야 하다니, 기업들이 펄쩍 뛸 만한 일이다. 온실가스라는 부분은 기업 경영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 아닌가.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온실가스 때문에 손실을 입지는 않는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외부 효과로 갑자기 온실가스가 줄어들지 않는 한 지속될 일이다.

경제의 기본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 3가지였다면 이제 환경이란 항목이 추가될 상황이다. 온실가스, 즉 환경이 경제 구조를 바꾸는 일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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