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탓"에 "관리 실패 때문"
'에너지 대국' 무색…정치문제 비화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자원 부국으로 알려진 남미의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연이은 대규모 정전 사태로 암흑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의 불편과 의문을 낳고 있다.

브라질에서 지난 10일 밤(현지시각) 전국 27개 주 가운데 18개 주에 정전이 발생, 약 6000만명이 전기가 끊긴 상태로 밤을 보냈다. 이번 정전은 25년만에 가장 큰 규모로 일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날 정전 원인을 파라나 강을 따라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 위치한 이타이푸 수력발전소가 운전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이 수력발전소는 양국의 주요한 전력원이다. 이 발전소는 브라질이 소비하는 전력의 20%, 파라과이 전력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이 지역을 강타한 폭우와 바람 때문에 수력발전소가 운전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 수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운반하는 3개 송전선에 10일 저녁 10시부터 12시까지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도미노처럼 전국에 걸쳐 전력이 끊겼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인 상파울로와 리오 데 자네이루에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공항이 문을 닫고, 지하철이 멈춰 승객들이 거리로 나왔으나 신호등과 가로등도 모두 꺼져 대혼란을 빚었다.  

에디슨 라바오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 전력 시스템은 약하지 않다"며 "세계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전한 시스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전력 시스템 관계자들도 태업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폭우와 강풍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브라질의 전력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태라고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아울러 이번 정부측 발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일도 사우어 상파울로대학 에너지과 교수는 "이번 정전사태는 관리 실패 때문"이라며 "발전량 부족이나 송전 용량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와 지휘, 운영 콘트롤이 최대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우어 교수는 2003년과 2004년에 발생한 여러 번의 정전 사태 이후 전력망을 개선한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01년 브라질은 에너지 부족 문제에 직면, 천연가스 공급과 수력발전을 더 육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페르난도 엔히키 카르도조 전 대통령은 9개월 동안 에너지 배급제도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후 브라질은 에너지 공급을 다양화하고 에너지 부족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한편 이타이푸 발전소에서 발생한 문제로 아르헨티나 일부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도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통한 송전선을 공유하고 있다. 파라와이에서도 지난 주에 잠시동안 몇 건의 정전이 발생했으며 10일에도 20분 동안 정전이 됐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정전 사태로 브라질에서 개최될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에너지 부국 베네수엘라도 정전 잦아

막대한 원유 매장량과 수력발전 시스템을 갖춘 베네수엘라도 전력과 물 부족 사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몇 주 동안에 걸쳐 발생한 정전 사태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6번의 전국적인 정전이 있었으며, 2008년 한 해 동안 국가의 절반 이상이 8시간 동안 전력이 끊기는 사태가 세 번이나 발생해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수십년 동안 베네수엘라가 값싸고 풍부한 전력을 낭비해왔으며, 전력 시설의 질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력소와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유고 차베스 대통령의 주장 때문에 공공 서비스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원유 이익이 줄어들고 경제가 후퇴하면서 전력 시설 복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들었다. 

차베스 정부는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어컨 수입을 제한하기로 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건물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기료를 인상하기로 발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전력과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도 시작했다. 그는 "샤워하는 데 3분이면 충분하다"며 "직접 해보니 3분이면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러브 모텔과 쇼핑몰 등을 찾아다니며 자원 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전기를 많이 사용할 거면) 자가 발전기를 구입해라"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이 같은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일부 국가에서 정치적인 불협화음이 더딘 성장과 시스템의 저효율을 낳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론적으로 베네수엘라는 전력 공급 과잉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잦은 정전 사태를 비꼬아 말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내 구리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로 손꼽히기도 했다. 이 댐은 베네수엘라 전역에 공급되는 전력의 4분의 3을 생산할 만큼 큰 규모로 하루 50만배럴의 원유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에너지 경제학자들은 전력 시스템에 대한 무관심과 부적절한 계획이 댐의 한계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또 풍부한 풍량과 일조량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이 간과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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