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거부반응 의식…미국내 공장 건설 잇따라
선테크·A-Power·US-REG, 시장 겨냥 '전략적 투자'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중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선테크 파워(Suntech Power)와 풍력터빈 제조사인 A-Power가 미국에 제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최근 잇따라 발표했다.

저임금의 중국을 놔두고 고임금의 미국 시장에 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중국산 제품을 경계하는 미국의 정치적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중국 기업의 전략적 움직이라고 분석했다.

찰스 E. 슈머 상원의원(뉴욕주ㆍ민주당)은 텍사스 주 서부에 세워질 풍력발전소에 240개의 터빈이 중국산으로 세워질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 경기부양책에서 책정된 재생에너지 자금이 이 발전소에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제스 피셸 에너지 전문가는 중국 회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에 대해 "메이드인 USA 제품을 만드는 것은 미국 시장을 포용하기 위한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정부는 수입산이 아닌 미국산 제품을 요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미국내에서 제조된 중국 기업의 제품은 10월 초에 발표된 수입관세 인상을 피해갈 수 있다. 

◈선테크, 미국내 첫 제조공장 설립
 
중국에서 가장 큰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선테크 파워가 최근 미국 아리조나 주 피닉스에 공장 문을 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선테크는 미국에 태양광 패널 공장을 세우는 첫 중국 기업이 된다.

로저 에퍼드 관리부장은 '운송비 부담'이 공장을 미국에 열기로 한 결정적인 요소였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상당한 양의 유리와 알루미늄이 무겁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에퍼드 부장은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지난 12개월 동안 급격히 떨어지면서, 운송비가 전체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선테크의 미국 공장은 2010년 3분기 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가동 초기에는 30MW 상당의 양만을 생산하고 생산량을 점점 늘릴 계획이라고 스티븐 찬 선테크 전략실장이 말했다.

8만~10만 평방피트 부지에 세워질 공장은 처음 75명의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뒤 200명까지 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선테크는 이번 미국내 태양광 제조공장 설립에 사용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으로부터 30%의 투자세금공제를 신청했다.

최근 몇 달간 선테크는 미국에서 생산가보다 더 낮게 책정한 판매 가격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이른바 덤핑 수입품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 또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그린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회사는 미국 공장 오픈으로 이 같은 우려를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룽 시 선테크 회장겸 CEO는 "(미국내 공장 가동은) 북미 시장에서 전략적 투자를 위한 첫 번째 스텝이다"며 "지난 2년간 미국팀 직원을 60명까지 늘렸으며, 이 팀은 미국내 태양광 딜러와 설치업자 200명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력시장과 연계된 수많은 대규모 태양광 사업자들과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선테크는 텍사스 파사데나의 MEMC와 같은 미국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며 "MEMC는 선테크 모듈에 사용될 실리콘 공급자"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미국내 12~13%에 달하는 현재 시장점유율을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우시에 본사를 둔 선테크는 2005년 12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2008년 판매수익은 20억달러(약 2조3220억원)였다.

한편 또다른 중국 태양광 제조사인 잉리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풍력제조사도 '미국화' 전략

중국 터빈 제조사인 A-Power Energy Generation Systems(이하 A-Power)와 미국 투자회사인 US-REG(U.S. Renewable Energy Group)도 풍력 터빈 제조와 조립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새로운 공장 부지를 정하고 공장 건설과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공장은 32만 평방피트 부지에 내년부터 건설될 예정이며, 연간 1100MW 상당의 풍력터빈을 생산하기로 했다. 110MW는 33만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다.

미국 공장은 약 1000명의 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또 이 공장에서 사용될 주요 부품은 미국 제조사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캐피 맥카르 US-REG 관리 파트너는 "미국에서 풍력터빈 제조공장을 세운다는 결정은 미국 근로자의 능력과 장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며 "이 사업으로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공장 설립 결정에는 중국산에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막는 미국의 정치적 압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됐다.

A-Power는 텍사스에 세워질 풍력발전소에 터빈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미 의원의 반대 요청에 부딪혔다. 중국산을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US-REG도 이 사업의 공동 개발자다.

에드 커닝햄 US-REG 관리부장은 "텍사스 풍력발전소에 세워질 터빈은 타워와 날개를 포함해 86%(무게기준)가 미국산으로 조립될 예정이었다"며 "낫셀만이 중국에서 수입해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낫셀은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풍력터빈의 심장부인 기어박스를 포함하고 있다.

A-Power는 앞서 GE Drivetrain Technologies와 중국 선양에서 풍력터빈 기어박스를 만들기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을 맺었다. 

커닝햄 부장은 "텍사스 사업의 가장 큰 부분은 모두 미국산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미국 공장에서는 낫셀도 조립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발전소에 정부 자금 투입을 반대한 슈머 의원은 이번 A-Power사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책 자금은 미국내 그린 제조업을 늘리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국에서 제조된 풍력터빈에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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