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大國 꿈꾸는 중국의 야심> 최저가 · 최고효율 'PANDA 프로젝트' 추진

 

▲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파워밸리에 잉리가 최근 완공한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잉리는 업계 최초로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셀, 모듈까지를 수직계열화했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지난 17일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바오딩시 파워밸리(電谷. Power Vally). 베이징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재생에너지 첨단기술개발구(산업단지)다. 중국 정부가 매년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집중 육성하고 있다. 부지면적만 100만㎡(33만평),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기자를 태운 차량이 파워밸리 서남부를 지날 즈음 차창 밖으로 송전탑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이어 고압선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일제히 한 공장 방향으로 사라졌다. 수십가닥의 파이프라인, 주황색 작업복에 방진마스크까지 두른 공장 인부들의 차림이 범상치 않다.

"六九硅業(육구규업), WELCOME TO FINE SILICON CO.LTD."

99.9999%(Six-nine) 순도의 규소(실리콘)를 의미하는 빨간색 간판에 시선이 쏠린 사이 정문을 통과한 차량이 더 이상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멈춰섰다. "사진촬영은 절대 안된다"는 안내직원의 주의가 뒤따랐다.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3분의 1(2008년 32.7%), 한국 태양전지판 시장의 절반(50%)을 독식하고 있는 중국 태양광 산업. 그 중심에서 썬텍 등과 함께 세계 6대 메어커로 군림하고 있는 잉리(YingLi Solar)가 이날 최근 완공한 3000톤 규모 폴리실리콘 1기라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잉리는 다결정 태양전지용 잉곳(Ingot)부터 웨이퍼, 셀(Cell), 모듈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생산해 왔다. 하지만 밸류체인의 맨 앞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은 직접 생산하지 않았다. 이번 실리콘 공장 준공은 '전 공정의 수직계열화'의 마지막 한 획,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제각각 다른 공정을 분업하는 형태로 이론적 수직계열화를 이룬 적은 있지만 한 기업이, 그것도 한 장소에서 모든 밸류체인(Value Chain)의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로 인한 생산원가 하락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이 기업만이 아는 비밀이 됐다.

이 공장 기술진에 따르면 잉리는 기존 폴리실리콘 메어커인 미국 MEMC로부터 제조 신기술을 이전받아 파인 실리콘이란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난 9월부터 상용운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 제조기술은 메탈실리콘(MG-Si)을 원료로 kg당 120kWh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통 지멘스공법(Siemens Process)과 달리 자연에 풍부한 고순도 규석(Silica)을 원료로 kg당 25kWh의 전력을 쓰면서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주요설비의 폐쇄식 설계로 공해가 없고 신기술이 적용된 공정설비 덕분에 운영이 용이한 점도 잉리 측이 강조하는 장점이다.

잉리 관계자는 "이번 폴리실리콘 1기라인 준공을 계기로 우리는 전 공정의 완전한 상용화를 이뤄냈다"며 "조만간 2, 3기 라인 증설에 나서 2011년 9000톤, 2012년 1만2000톤, 2013년 1만8000톤 등으로 생산능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폴리실리콘 다음 공정인 잉곳(ingot) 생산라인.

'태양광 대국(大國)'을 꿈꾸는 중국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날 잉리는 폴리실리콘 공장부터 잉곳-웨이퍼-셀-모듈공장까지 작심한 듯 모든 생산라인을 공개했다. '문제삼을 것이 있으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제조공정을 둘러볼수록 '아무래도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선입견만 보기좋게 무너졌다. 오히려 무모하리만큼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이들의 움직임에 위압감만 더하는 꼴이 됐다. 잉리는 이미 유럽, 일본 유수 태양광 기업의 매출을 잠식하며 지난해 세계 태양광 모듈시장의 6%, 올해 약 10%(잉리 자체 집계치)를 점유했다. 이를 15%대로 높이는 게 단기목표라고 했다.

내년초 실리콘 공장이 상업가동에 들어가면 잉리는 반경 수km 안에서 모든 태양광 제조공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들이 얼마나 추가로 단가를 낮출지, 얼만큼의 마진을 가져갈지, 세계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 바오딩시의 랜드마크가 된 뎬구진장 bipv 호텔. 건물 외벽이 잉리가 생산한 1.5mw 규모 태양전지판으로 뒤덮여 있다.

같은 날 오후 파워밸리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뎬구진장(電谷錦江)호텔. 2만2000m² 호텔 외벽이 3800여장의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로 뒤덮여 있다. 잉리가 1억9000만 달러를 투입해 만든 1.5MW급 세계 최대 BIPV호텔이다. 이미 허베이성의 랜드마크가 된 이 호텔은 연간 26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호텔 컨벤션센터 강단에 미아오(LianSheng Miao) 잉리솔라 사장이 400여명의 해외바이어, 전문가, 일부 언론인을 앉혀놓고 이 회사의 새로운 연구개발 계획인 '판다(PANDA)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Yingli Costomer Conference' 행사의 한 프로그램이다.

수십개국의 주요 고객을 초청한 자리임에도 내내 고개를 곧추세운 미아오 사장은 특유의 호방함으로 주빈국들의 기를 압도하는 듯 보였다. 깍듯이 예를 갖췄지만 큰형이 막내를 하대하듯 여유를 부렸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판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마디로 효율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이고 단가는 세계 최저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잉리는 네덜란드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단결정(Mono-si)의 경우 실험실 조건에서 평균 18%, 최대 18.7%의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한 상태다. 

2011년의 개발목표는 단결정이 20%, 다결정이 17.5%다. 이에 발맞춰 잉리는 파워밸리 한켠에 현재 단결정 태양전지 및 모듈공장을 짓고 있다. 미아오 사장은 "태양광 시장 전망은 밝다. 우리도 조만간 1GW 생산체제를 갖춰나갈 것"이라며 "고객과의 파트너십, 상생을 최우선으로 세계시장에서 잉리의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이 지역 일간신문인 바오딩만보(保定晩報) 3면에는 잉리 뎬구진장호텔 전경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지역의 자랑거리인 태양광 호텔이 준공 1년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중국 산업의 3박자인  투자, 내수, 수출의 조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오딩시=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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