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안병옥 소장

[이투뉴스 / 칼럼]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유럽에서는 평소에도 방문객이 가장 많은 도시가 코펜하겐이다. 며칠 후면 이 도시가 사람들로 넘쳐나게 된다. 190개가 넘는 나라에서 정치인, 관료, 환경운동가, 기자 등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최대 관심사는 협상의 성공 여부이다. 성공은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책임분담 등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이룬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각국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조차 “코펜하겐에서 협상 타결은 물 건너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기후변화협상의 최대 쟁점은 “온실가스를 누가, 얼마나, 언제까지 감축할 것인가“이다. 선진국들은 중국과 인도 등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구속력 있는 감축체계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태도는 단호하다.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으로 볼 때 자신들에게 감축의무를 씌우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선진국들이 먼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자신들도 성의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 덧붙여진다.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가 치킨게임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있다. 치킨게임은 원래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갖고 즐기던 게임이었다. 두 사람의 운전자가 자동차를 마주보고 몰다 한 사람이 핸들을 꺾어 양보하면 치킨(겁쟁이)이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으면 둘 다 치킨이 되는 굴욕은 면한다. 하지만 충돌을 피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 치킨게임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은 교토의정서의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협약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 비난을 자초했다. 교토의정서 방식으로는 자국의 이해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고도 의회 비준에 실패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쓰라린 경험도 오바마 정부를 머뭇거리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 기후변화법안 상원심의가 내년 봄으로 미루어진 후, 가장 먼저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다. 그는 브라질이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6.1~38.9%를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도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1990년 대비 10~15% 감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25%까지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자칫하면 미국이 기후변화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하다. 코펜하겐 회의 전에 감축목표(2005년 대비 14∼20% 감축) 발표를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 역시 최근 “이번 회의가 알맹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펜하겐 당사국총회는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기후변화 대응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완전한 협상타결은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적어도 어느 한쪽이 자동차 핸들을 뽑아 던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듯하다. 코펜하겐에 다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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