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문명의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프랑스 낭만파 문인 샤토 부리앙의 말이다. ‘지구의 허파’이자 ‘탄소 저장고’인 숲이 인간의 개발논리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나무를 많이 심고, 숲을 보전하자는 낡은 얘기는 기후변화 대응이란 핫이슈를 만나며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개도국의 산림 전용 방지(REDD)’란 개념이다. 개도국이 산림을 전용해 악화시키지 않으면 탄소 배출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등 개도국들의 산림 전용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탄생했다. 숲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부실한 초지나 도시 내부에 재조림을 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책이라는 해석이다. 일면 맞는 말이다.

또 선진국은 개도국에서 조림 활동을 하면 탄소 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해외조림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산림청이 캄보디아에 해외조림지 20만ha를 확보하는 등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개도국이 선진국에 조림지를 제공해 자국에 숲을 확보할 수 있고,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나무를 심어 목재자원을 확보하고 REDD에 대한 대응력도 높일 수 있어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전략의 이면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논의의 중심에 서있는 개도국의 원주민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거래 이전에 오랜 세월 숲을 이용해 온 개도국 원주민의 삶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REDD의 당초 취지는 산림 훼손을 막아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것이었으나 REDD 도입으로 숲이 상품화되면 원주민들은 그 땅에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산업화 이후 팽배한 개발논리가 거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REDD도 같은 길을 걸을까 우려된다. 비록 REDD가 선한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선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재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REDD에 대한 논의는 2007년 12월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3)에서 채택된 발리 로드맵에서 처음 거론됐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COP15)에서도 이 의제가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COP13 당시 국제기후변화원주민포럼은 “REDD는 우리의 인권과 토지, 영토 및 자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것이고, 우리의 토지를 훔쳐갈 것이며, 강제적인 추방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열리는 COP15에서 선진국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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