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오늘 개막] 각국 이해관계 얽혀 전망 '시계제로'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체결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감축목표 합의 여부를 떠나 어떻게든 국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국제사회가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기후변화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에서는 2007년 합의된 발리행동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적용할 교토의정서 이후의 새 기후변화협약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2007년 당시 선진국은 적절한 감축 의무를, 개발도상국은 감축행동을 이행하겠다고 합의했다.

◆ 관건은 미국과 중국

코펜하겐 총회의 핵심 쟁점은 선진국들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에게 어느 정도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기술이전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로 압축된다.

선진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40% 줄이고 개도국은 2050년까지 배출량을 50% 감축하는 것이 협약 초안이다.

 

▲ <그래픽> 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또한 중대 변수다. 총회를 일주일 여 앞두고 중국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5%를, 미국은 향후 2005년 기준으로 17%를 줄이겠다고 발표해 물 건너 간 총회가 탄력을 받는 듯 했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급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개막을 불과 닷새 앞두고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절반 감축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혀 합의가 불투명해졌다. 미국도 이미 자국의 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 한국, 의무감축국 되나

국내총생산(GDP) 15위, 온실가스 배출총량 9위, 누적배출량 22위.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다. 2009년 현재 32개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하는 상황에서 OECD 가입국인 한국은 의무감축국이 아니다. 이는 1997년 발리 총회 때 선진국과 개도국 그룹을 나눴는데 그룹 분류는 이보다 5년 전에 실시됐기 때문이다.

1996년 한국은 OECD에 가입해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선진국 가이드라인으로 보고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는 당시 선진국에 준하는 지위를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개도국으로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경제발전으로 보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나 확실한 의무감축국이지만 여전히 개도국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한국의 선진국 분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한국은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멕시코와 스위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의 사안이 너무 커 이런 논의가 묻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그래픽 pmk@e2news.com>

 

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의무감축국에 포함되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온실가스 다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멕시코를 의무감축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멕시코, 스위스를 단번에 의무감축국으로 편입시키지 말고 별도의 그룹을 만들어 관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개도국 졸업제도'를 만들어 한국이 개도국으로 분류되더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정부 협상단-NGO 격돌 예상

이번 총회 때 각국 정부협상단과 세계 시민단체는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상장 점거 등 시민단체의 행동이 1999년 시애틀 WTO회의를 재연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전 세계 NGO는 오는 12일과 16일에 공동 행동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상태다.

한국 시민단체들도 힘을 모았다. 환경단체는 물론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모여 COP15 공동대응단을 꾸렸고, 이 가운데 50여 명은 직접 코펜하겐으로 간다. COP15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한국 진보진영의 총집결”이라며 “기후변화 문제로 한국사회 시민단체가 전부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규모 연대와 관련,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자가 농민이나 근로자이기 때문에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고 설명한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비해 덴마크 정부도 집시법을 개정해 국경을 통제하는 등 시민단체 집회에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집시법은 노상에서 시위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을 82시간 구류할 수 있다. COP15 공동대응단이 현지 법률팀에게 전달받은 지침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목도리로 입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심지어 큰 쇠장식이 있는 허리띠를 착용하면 입국이 불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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