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7일부터 18일까지 코펜하겐에서는 세계 192개국 대표들이 모여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15)가 열린다.
1997년의 교토의정서에 의한 선진국의 의무감축기간이 2012년에 끝나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그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가별로 어떻게 설정하는가 즉 burden sharing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post-Kyoto 체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어렵게 하는 근저에는 온실가스 축적에 대한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중국 등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므로 이제 감축 활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 등 개도국은 이제 바야흐로 경제 성장을 이루려고 하는 마당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하면 어떻게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고 항변하고 오히려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기술 이전이나 재무적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50년에서 2000년까지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보면 미국이 17%, 유럽이 17% 중국이 10%를 각각 차지하고 있고 2007년 총 온실가스 배출량 2만8962MtCO2 중 21%를 중국이 배출하여 세계 1위의 배출국이 된 점 등을 보면 개도국이 계속 수수방관하고 있을 명분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개도국 지위의 국가들이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는 희망이 전무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Kerry-Boxer법안이 아직 상원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상원의 3분의 2가 동의하는 의회의 비준이 없으면 어떤 국제 협약도 효력이 없기 때문에 법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한 행정부 독자적으로 확정된 감축 목표를 합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참여 없는 국제적 합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2013년 이후의 감축 목표 합의는 어렵다고 해도 이번 회의가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술 이전, 기후변화적응기금, 삼림보존배출권(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degradation in developing countries, REDD) 그리고 선박이나 항공기 용 연료(bunker fuel) 등의 중요한 의제들이 올라와 있고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REDD는 우리가 유심히 봐야할 사안이다.
이는 삼림 파괴로 발생하는 배출량 증가를 줄이자는 취지로 삼림을 보존하는 것에 대해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5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18%가 삼림 파괴에서 나온다고 한다. 석유나 석탄도 자연의 일부인데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와 똑같이 삼림 또한 자연의 일부인데 이를 파괴하면 돈을 벌고 그대로 두면 아무도 값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항에 대해 국제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삼림이 많은 개도국은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될 것이고 삼림 보존을 위한 자발적 노력이 생겨날 것이다.
회의는 18일 끝난다.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합의되지 않는 것이다. (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 최종 결론은 아마도 마지막 날에야 나올 것이다.
기후 변화가 진정 인류 공동의 문제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기에 조금이라도 건설적인 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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