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000억달러 지원해야…IMF 준비금으로 '그린 론'

[이누튜스 조민영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지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비용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활발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돈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가디언 지에 따르면 UNFCCC 합의문 초안에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재정 지원을 얻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선진국들은 3년간 연 100억달러(약 11조6450억원)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더 많은 자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영리 클라이밋웍스 소속의 프로젝트 캐틀리스트는 2030년까지 최고 연간 770억달러(약 89조6665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배출권 거래시장을 조성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2010년부터 2030년까지 10조달러(약 1경1645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펜하겐 회의 3일째 재정 문제가 붉어진 가운데 기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오바마 "지구 구하라"

경제 빈국들은 지난 10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기후변화 기금으로 2000억달러(약 232조9000억원)를 풀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137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을 이끄는 수단의 루뭄바 스타니슬라스 디아-핑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돌아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따르고, 2000억달러를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디아 핑 대표는 "오바마는 새로운 다국간 공동 정책의 변호인 중 한명이다"며 "이 제안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UN 기후회의에서 말했다.

그는 오바마의 가족과 형제, 친척들이 여전히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오바마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일원이다"며 아프리카 등 빈국에 기금 지원을 요청했다.

디아 핑 대표는 "미국은 최근 국방 예산에 수십억달러를 풀었는데 2000억달러를 지구를 구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느냐"고 최근 아프가니스탄 병력 보강을 꼬집듯이 말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 협력안에 대해 미국 기후 협상자 대표인 토드 스턴은 "교토 의정서에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001년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교토의정서가 미국 경제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우고, 선진국에만 탄소배출 저감 의무를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며 비준을 거부했다.

◆영국ㆍ호주ㆍ노르웨이ㆍ멕시코 '그린 펀드' 제안

영국과 호주, 노르웨이, 멕시코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그린펀드' 설립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UN 회의에서 4개국 대표들은 경제 빈국과 개도국을 돕기 위한 수십억달러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 교착 상태에 이르자 이를 마무리하자는 희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대표들은 "앞으로 필요한 기금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시급하게 요구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4개국은 2020년까지 수십억달러를 모아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돕는 계획을 담은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들 대표들은 공공 기금의 최소 50%는 개도국의 가뭄과 홍수,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 이상 현상에 적응하는 데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 문서에는 총 기금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정하지 않았다. 한느 브저스롬 노르웨이 장관은 "우리는 예상가능한 장기 기금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 합동 문서는 단순한 기금 규모보다는 기금의 용도와 구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서가 개도국인 멕시코와 3개 선진국들이 같이 제안했기 때문에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과거 모든 국가들이 GDP와 인구,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여러 지표를 기반으로 펀드에 지불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문서는 언급했다. 또 기후변화 기금을 올리기 위해 일부 탄소배출 할당량이 경매에 부쳐져야 한다는 노르웨이의 제안도 포함했다.

◆소로스 "IMF 준비금으로 '그린 론' 만들자"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지난 10일 지구온난화 기금으로 1000억달러를 만들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선진국가들이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서 받은 돈을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에 빌려줄 것을 제안했다.

소로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은 1500억달러 이상을 받았다"며 이 돈이 '그린 펀드'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모든 186개 IMF 멤버 국가들은 SDR 할당량을 받았다.

그는 "빈국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2020년까지 최소 연간 10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의 준비금으로 그린 론(Green loan)을 만들 경우 100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이 같은 그의 아이디어에 많은 국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미국 의회의 저항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점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금을 만들기 위한 법적, 현실적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1000억달러 펀드가 코펜하겐 회의를 실패에서 성공으로 바꿔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국의 재정 격차가 코펜하겐 협약을 성사시키는 데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빈국들은 경제 부국들이 그들의 국가 부의 1% 이상이나 연간 최소 3000억달러(약 349조3500억원)를 기후변화 기금에 사용할 것으로 원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이 추산한 최고 금액의 2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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