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 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칼럼/ 서정수] 2009년 한국 정치권은 4대강 개발과 관련해 '갑론을박'의 도를 넘어 국가 경제 기조를 흔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 '물' 문제다. 물이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물의 질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그 어떤 자연재화보다 중요한 물의 가치에 대해 등한시해 왔다.

1994년 국제인구행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 '세계 30개 물 부족 국가'의 하나로 포함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더 심각한 문제로 수질오염이 대두되고 있다. 맑은 물보다 오염된 물의 비중이 늘어나고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땅속까지 오염이 진행됐다. 제주도의 경우 바닷물이 지하 대수층까지 유입돼 일부 지역에서 식수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물이라고 모두 물이 아니다. 인간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이라야 진정한 물인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기름을 펑펑 써대다가 유가가 급등하고 가계에 주름살이 드리우니 조금 수그러드는 듯하는데, 넘쳐난다고 생각하던 물쯤이야 절약의 범주에는 들 수도 없었던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몇해 전 정부는 물절약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수도요금을 현실화하고, 노후된 수도관을 교체하고, 절수기기를 설치하는 등. 늦었지만 분명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과 몇년이 지난 지금의 암담한 현실은 과연 우리에게도 물과 관련된 분명한 정책이 있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물 소비량이 생활수준의 척도는 아니다. 경제수준이 비슷해도 나라별로 물 소비량은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 세계는 오래 전부터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수자원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신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로 활용하면 농업용수는 10~50%, 산업용수는 40~90% 줄일 수 있다. 또 도시 유지에 드는 물 역시 30%까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 정도의 절수는 삶의 질이나 생산, 혹은 서비스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일이다. 

물 낭비는 항상 주의 부족이나 정비 불량으로 인한 누수 등 대체로 기술적 결함에서 기인한다. 가정용 물 소비를 줄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자 태도에 달려 있다. 때문에 정부는 국민들에게 물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책임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물부족 국가이다. 이스라엘인의 평균 물 소비량은 인근 국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이는 정부가  어려서부터 물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한 덕분이며, 일찍이 사막조건에 맞는 '점적관개(點滴灌漑: 작은 구멍을 많이낸 호스로 논밭에 조금씩 급수하는 방식) 기술 개발에 투자한 때문인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지역간 물로 인한 반목과 이기적 작태는 물 때문에 시작된 3차 중동전이 아니라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국토의 특성, 계절적 요인, 지역간의 배분 등을 고려한 우리만의 물정책이 무엇일지 정치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구를 하나로 보는 우주선적 사고 속에 전체와 지역을 구분하는 오류가 없는 정책과 대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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