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장효정 기자] “나는 다시 태어나면 공기업은 피하려고요.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겠다고 했는지 지금에서야 후회가 되네요.”

원자력정비기술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푸념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런 말을 할 법하다.

센터 직원들은 박기태 수석연구원의 말처럼 ‘의지와 인내’가 없으면 견디지 못할 만큼 혹독한 근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자력정비기술센터는 원자력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관으로 원전 계획ㆍ예방 정비 시 발전소 내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곳이다.

지금이야 작은 카메라가 달린 소형 로봇을 원자로나 증기터빈에 넣고 외부에서 조종해 살펴보면 되지만 로봇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증기 발생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정비 기술진들이 발전소 내부에 직접 들어가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며 “1998년 이전에는 국내에서도 증기발생기에 사람이 들어가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증기발생기란 핵 분열로 생산한 열이 일반 해수를 가열해 증기를 만드는 곳으로 엄청난 방사능이 발생한다.때문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지만 98년 이전에는 직접 들어가 정비를 했다는 것이다.

증기발생기 내부에 들어가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은 이렇다.

증기 발생기에 뚫린 동그란 구멍 앞에 수많은 직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처음부터 정비 용도로 제작된 구멍 앞에서 우주복처럼 만들어진 안전의복을 입은 직원들이 일제히 오른쪽에는 초시계, 왼쪽에는 방사능 센서를 장착하기 시작한다.

증기발생기에 사람이 들어가면 왼쪽에 장착한 방사능 센서가 ‘띡 띡 띡 띡’하며 울리기 시작한다. 이곳은 방사능이 많은 곳이니 당장 빠져 나가라는 경고음이다.

방사능은 시간에 따라 누적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1~3분 정도까지만 증기 발생기 안에 들어가 튜브를 살펴본다. 이 튜브는 3000~8000개 정도가 설치됐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을 필요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에피소드로 전해지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을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단 발전소별 계획ㆍ예방 정비 일정이 발표되면 센터 기술진들은 12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3교대나 4교대는 인수인계가 길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로봇을 0.1mm를 옮기는 세밀한 작업을 할 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보통 250일 정도는 외부에서 생활한다”며 “추석 등 명절에 집에 가질 않아 집안과 등을 졌다고 오해하는 친척도 많다”고 말했다.

미혼인 한 관계자는 “빨리 결혼하라고 하는데 여자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어요”라며 “센터 내에서 짝을 찾는 사람이 제일 복받은 거죠”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고도 불린다. 엄청난 연봉과 직원 복지 혜택 때문. 하지만 이면에는 이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땀과 열정 그리고 ‘의지’ 하나만으로 원자력 안전 가동을 책임지는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직원들의 노력이 세계 제1의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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