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타시티' 4억6000만원 투자해 매년 3억원 절약
건축물에 빗물 이용시설 설치 땐 용적률도 높여줘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비가 내린다. 인도와 차도 위에, 아파트 옥상에 떨어진 빗물은 어디로 갈까. 비의 생성과정을 다룬 과학책들엔 구름이 모여 물방울이 형성되면 비가 오고, 그 비는 땅으로 떨어져 결국 호수나 강, 그리고 바다로 흘러든다고 적혀있다.

자연의 순리대로라면 과학책에 적힌 대로 비는 순환하는 게 맞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땅으로 떨어진 비가 호수나 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빗물이 거치는 하나의 과정이 더 생겼다. 비가 땅에 떨어져 모이는 곳이 바로 하수관이다.

비가 홍수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것도 문제지만 빗물을 그대로 흘려버리는 것도 문제다. 빗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하수관으로 보내는 것은 "돈을 버리는 것"이라고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말한다.

◈ '빗물탱크'로 홍수 막고 용적률 올리고=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모아놨다 조경수나 청소용수, 화장실용수로 사용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국내에 빗물을 이용하는 빌딩이 있다.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단지인 '스타시티'. 2006년 6월 완공한 스타시티는 35~58층으로 모두 1300여가구가 사는 4개의 주상복합건물이다.

▲ 빗물 집수 시설. 스타시티 6만2500m² 부지 중 빗물을 받는 집수면적은 5만1200m²다.
옥상에 떨어진 빗물은 옥상부터 지하로 연결된 관을 통해, 땅에 떨어진 빗물은 정원과 인도를 따라 만들어 놓은 배수블럭으로 흘러든다. 스타시티의 총부지면적은 6만2500m²인데 빗물을 받는 집수면적이 무려 5만1200m²(89.8%)다. 빗물 이용시설 설치비용은 4억6000만원으로, 매년 빗물 4만t을 재활용해 3억원을 절약하고 있다.

스타시티 부지에 빗물 이용 시설 도입을 제안한 곳은 광진구청이었다. 광진구는 스타시티 측에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할 경우 용적률을 3% 높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 '친환경건축 기준'에 따르면 신축 건물이 건축면적의 5%(또는 대지면적의 2%) 이상의 용량으로 빗물탱크를 설치하면 기준 용적률의 4% 이내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국내 빗물 전문가인 한무영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빗물 이용 시설 도입 결과 공공기관의 빗물 재활용률이 27% 정도인데 스타시티의 빗물 이용률은 66%에 달한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스타시티의 빗물 이용 시설 사례는 2008년 12월 국제물협회 잡지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 빌딩에 떨어진 빗물의 여행= 이렇게 모인 빗물은 먼지와 이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시설로 이동한다. 필터시설은 각 동 마다 하나씩 모두 4개.  이 시설은 정원 한켠 지하 건물에 마련돼 있다.

필터는 빗물에 섞여 들어온 흙, 모래, 낙엽 등의 불순물을 걸러낸다. 빗물은 다시 관을 타고 지하 저장고로 이동하는데 관에는 센서를 부착해 불순물이 섞인 경우 경고할 수 있게 했다.

기자가 시설 확인을 위해 건물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 주차장에 들어서자 다른 주차장과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과 수평을 이룬 10여개의 회색 PVC 파이프다. 파이프를 따라가자 설비실 문이 나온다. 빌딩의 냉난방과 전기 등을 관리하는 곳이다.

▲ 빗물은 옥상빗물과 대지빗물로 따로 모은다.

설비실 안에 들어서자 다른 빌딩의 설비실과 다른 점이 또 눈에 띈다. 두 개의 커다란 회색 PVC 관이다. 하나는 옥상빗물, 하나는 대지빗물을 모으는 관이다. 한 교수는 "아무래도 대지에 떨어진 빗물에는 불순물이 더 많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옥상빗물과 대지빗물을 따로 구분했다"고 말했다.

◈ 빗물 관리는 3개로 나눠= 빗물을 모아두는 저장조는 1000톤짜리 3개로 구성돼 있다. 건물 B동 지하에 위치한 제1저장조에는 건물 A, B, C, D동의 옥상에 떨어진 비교적 깨끗한 빗물이 모여있다.

제2저장조는 홍수 방지용으로 여름철에는 항상 비워 놓는다. 홍수 때에는 비교적 덜 깨끗한 물을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사용한다. 빗물 저장시설이 홍수 방지 기능도 겸하고 있다는 게 시설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제3저장조는 비상용수를 저장하며, 잡용수로 활용한다. 깨끗한 수돗물이라 특별한 처리가 필요하지는 않다. 2개월에 한번씩 저장된 물을 순환시켜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단 비상 시 물을 빼줄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빗물관리시설은 각 저장조의 수위를 표시하고 있으며, 수질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펌프별로 보내진 물의 양을 측정해 컴퓨터로 보내 기록과 저장을 하고 있다. 더불어 실제 계측도 한다고 시설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빗물은 주로 4~11월에 받아놨다 조경수나 청소용수로 사용한다"며 "국내 강우는 특성상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빗물박사의 빗물예찬론> "공짜 빗물 놔두고 돈 들여 지하수 쓰나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빗물연구센터 소장)

"물관리 정책 바꾸고 홍익인간 이념으로 모두가 윈-윈"

 

▲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비가 오면 유독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비가 내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공짜로 내리는 빗물을 받아 어디에 쓸까를 궁리할지도 모른다. 그는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다.

'빗물 전도사' 한 교수는 강의를 할 때면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 바닥으로 던진다. 그리고 앞에 앉은 사람에게 가서 100원을 달라고 한다. 공짜인 빗물은 버리고 지하수를 파는 한국의 물 정책을 비꼬는 '퍼포먼스'다. "한국의 물관리 정책은 지하수에 기반해 만들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내포돼 있다.

그는 "지하수가 공짜가 아닌데 공짜로 생각한다. '물이 없으면 퍼서 쓰고 다 쓰면 다른 데 가서 또 퍼서 쓰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며 "지하수는 '통장 잔고'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공짜'다. 몇년 전부터 지하 암반수로 만든 술, 화장품 등이 한창 유행을 탔다. 그는 "500미터 지하 암반수로 만든 맥주가 더 맛있나"라며 "공짜로 퍼서 사용했으면 최소한 그만큼 다시 채워 넣으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하수 대신 빗물을 사용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그는 "사람들은 빗물이 공짜인데도 공짜인 줄 모르고 버린다"며 "빗물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라 운반비용도 안 든다"고 빗물 홍보에 열을 올렸다.

빗물은 공짜이기 때문에 수도요금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 광진구 스타시티는 멋진 조경을 하면서도 주민들은 한달에 100원만의 공용 수수료를 내면 된다. 이는 빗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빗물탱크를 설치하면 이상 강우 대비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하수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빗물탱크는 '비상금'"이라고 주장했다. 폭우가 발생하면 빗물탱크에 저장할 수 있어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국내 하수관은 5~10년 빈도로 만들어졌다. 지난 여름 '물폭탄' 등 이상 강우가 심각해져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는 "빗물탱크가 이를 할 수 있다"며 "수자원 차원뿐 아니라 도시에서는 홍수 방지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빗물 순환 시스템이 적용된 곳은 '레인 빌딩'인 스타시티, '레인 캠퍼스' 서울대이며, 수원시는 빗물조례를 제정하고 '레인시티'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빗물 사용의 확대에는 한 교수의 노력이 컸다. 그는 "빗물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물 관리가 지하수 사용으로 인한 후손과의 '갈등', 팔당 용수 사용으로 한강 하류 주민과의 '갈등' 그리고 자연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면 빗물은 '에브리바디 해피(Everybody Happy)'한 물 관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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