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세대 원자로 고속로·파이로프로세스 2025년까지 개발

[이투뉴스 이성수 기자] 버리자니 아깝고, 다시 쓰자니 주변국의 견제가 심하다.

세계적으로 다시 원자력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폐기(영구처분)하기에는 좁은 땅에 마땅한 장소도 없는 데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재활용하자니 핵무기 등을 이유로 주변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부는 이 두가지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통해 핵투명성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하려는 것.

▲ 원자로 모습.

국내 사용후 핵연료 2016년 포화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약 3년간 태우고 난 뒤 꺼낸 ‘사용후 핵연료’를 각 원전의 저장수조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물속에 저장해두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고리 원전부지에는 4296다발, 영광 원전부지에 4020다발, 울진 원전부지에 3251다발, 월성 원자력부지에 30만7312다발의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문제는 각 원전의 저장능력이 고리 6004드럼, 영광 7418드럼, 울진 6572드럼, 월성 32만5632드럼으로 2016년부터는 저장수조가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이들 사용후 핵연료를 한 곳에 모아 저장하는 ‘임시저장시설’의 부지 선정 등 건설 방안에 대해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북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하는 데까지 험난한 역경을 겪어왔던 것을 돌아본다면 지경부가 추진중인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의 부지 선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인 데 비해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물론 안전상의 문제점은 없지만 국민들의 인식이 쉽게 바뀔 리 없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기술의 우수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부지 선정만 ‘무사히’ 완료되면 임시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 저장시설’ 부지 선정이 관건”

최종배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 원자력정책과장은 “부지 선정 등의 문제로 시간이 지체될 경우를 대비해 몇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에 의하면 검토중인 대안은 현재 저장수조의 크기를 더 키우지 않고 동일한 공간에 좀 더 조밀하게 저장하는 방식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처음 꺼냈을 때 상당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 일정거리를 두고 저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물 속에 저장하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난 사용후 핵연료는 어느 정도 냉각 후 이들의 폭을 좁혀 저장공간을 넓힐 수 있다. 최 과장은 “이미 냉각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는 영구처분하거나 재처리를 통해 재활용한다. 국가별로 처리방법의 차이가 있다. 미국,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의 경우 지하 300~1000m 깊이의 암반층에 직접처분하는 방식의 영구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사용후 핵연료에 남아 있는 물질을 추출해 원자력 발전 연료로 재활용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 핵연료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 때문에 아무런 조치 없이 각 원전에 임시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 과장은 “사용후 핵연료도 기술이 개발되면 자원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새 연료를 사용하고, 사용후 핵연료는 계속 저장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언젠가는 우라늄의 수요가 급격히 커질 경우를 대비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을 위한 피동잔열제거계통 psdrs 실험장치. <사진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기술 개발

이를 위해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이하 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발전원료인 천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만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천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의 비율은 약 0.7% 수준. 원자력발전소에서 천연 우라늄의 1%도 채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머지 약 99.3%는 우라늄238이 차지한다.

교과부가 천연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라늄238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발 중인 것이 바로 고속로다. 우라늄238을 원료로 하는 고속로는 오는 2025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농축과정 등을 거쳐 발전에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 중 90% 가량의 우라늄238을 원자력발전에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고속로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7년 말 기준으로 약 4328톤의 연료를 재활용 할 수 있다. 이는 1000MW급 고속로 원자로 20기에 150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천연 우라늄의 수입 기준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30억달러(86조3000억원)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최 과장은 또한 “교과부는 꼭 우라늄238만을 활용해 핵연료를 재활용하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준위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사용후 핵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정련 기술) 연구를 위해 설치된 '사용후 핵연료 차세대 관리종합공정 실증시설(acpf). <사진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파이로프로세싱 핵무기 가능성 없어

교과부는 이같이 사용후 핵연료를 핵비확산성이 확보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22일 원자력위원회는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 계획에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방안으로, 고속로와 파이로 건식 처리시설(파이로프로세싱)을 개발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생성되는 플루토늄을 따로 분리해야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만 뽑아낼 수 없어 핵무기 제조 가능성이 없다.

문주현 동국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은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 시설을 개발함에 있어 핵투명성과 비확산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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