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소송이 도리어 갈등의 불씨 키워…사태 해결 '머나 먼 길'

▲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케너텍과 서울 사당 우성3단지 사이의 분쟁으로 주민들의 피로만 누적되고 있다.

[이투뉴스 김광균 기자] 지난달 4일 서울 사당 우성3단지 아파트 주민 강모(55)씨 앞으로 등기우편이 왔다. 발신자는 현재 사당지구에 구역전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케너텍.

우편물을 받아본 강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너텍으로부터 발송된 '압류 및 강제집행 통보 건'이란 제목의 서류에는 열·전기 공급에 따른 요금 및 시설비, 이익분배금을 기한내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 및 강제집행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케너텍은 서류를 통해 현 우성3단지 입주자 대표회의가 주민들에게 "근거 없는 독설로 소유자 및 입주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 현 CES 사업의 많은 이점을 감춰왔다"고 지적한 후 "법적 권한도 없는 현 입주자 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소송 전체를 승소한 것처럼 여러분(주민)을 기만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강씨뿐만 아니라 등기우편을 받아 본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후에도 케너텍은 세대별로 비슷한 내용의 우편물을 한 차례 더 발송했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케너텍과 아파트 내 일부 세력이 동조해 주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케너텍 측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극단의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케너텍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법원 판결="입주자 대표회의는 열 공급대금·시설비 지급 의무 없지만 이익분배금은 지급해야"

2005년 12월 말부터 사당지구에 열과 전기공급을 시작한 케너텍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진행이 순탄치 않았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같은 해 3월 열 공급 중단을 요구했고 케너텍은 2006년 5월 열공급을 끊고 입주자 대표회의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공사 계약 체결시 소유자와 세입자를 구분하지 않고 거주자를 상대로 동의를 받은 결과 83.85%가 찬성했으나 거주자 동의를 소유자와 동일하게 인정할 수 없자 아파트에 주소를 두지 않은 소유자를 상대로 우편으로 동의서를 받았고, 결국 이를 포함하면 70.29%만이 찬성해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사항은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 각 4분의 3 이상의 집회결의로써 동의를 얻도록 한 집합건물법의 결의요건에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법은 이에 따라 "이 계약은 집합건물법에 의한 특별결의를 갖추지 못해 무효"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도 항소심에서 이 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케너텍이 2004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9733만여원을 지급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 계약은 무효인 만큼 대표회의는 원고(케너텍)에게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케너텍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판결 내용을 놓고 입주자 대표회의와 케너텍이 법적 해석을 달리 하면서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쟁점="입주자 대표회의는 법적 권한 없어" vs "계약 자체가 무효"

판결문에 따르면 열 공급과 관련 시설 설치로 인해 이득을 본 주체는 아파트 소유자 또는 사용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회의가 열요금과 시설비를 납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익분배금의 경우 케너텍이 2004년 12월부터 7개월간 입주자 대표회의에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를 케너텍에 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케너텍은 법원 판결에 따라 이익분배금(원금 9733만3399원+법정이자)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하는 한편 미납된 열요금과 전기요금 8억원, 시설비 3억7000여만원에 대해서도 납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열 공급으로 인해 이익을 얻은 이가 입주자 또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입주자 대표회의가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다. 시설비에 대해서도 아파트 소유자가 공용설비에 대한 소유권의 주체라는 점을 들어 가압류 및 대금지급 청구소송이 가능하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당초 계약이 법적 근거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애초 계약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열요금과 전기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판결에 따라 이익분배금을 상환하기 위해 이상선 케너텍 회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지난달 초 해당금액을 공탁했다고 밝혔다.

케너텍은 판결문에 따라 현 입주자 대표회의가 법적 권한이 없어 아파트 소유자로 구성된 관리단을 구성해 사안을 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입주자 대표회의는 집합건물법 제23조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관리단이 구성되기 때문에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는 "지루한 법정싸움과 업체 측 태도에 지칠대로 지쳤으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시설을 철거하고 나가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 자체가 무효인데 왜 사태가 해결이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개별난방으로 전환하고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직접 수전하길 원하고 있지만 케너텍과의 계약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이다.

케너텍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우리 회사가 완전히 패소한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났듯이 대표회의는 법적권한이 없다"며 "대표자격을 갖춘 사람들과 상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는 이 사안에 대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허가를 취소한다거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지경부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에는 사업허가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해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자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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