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환경공학박사<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조길영 교수

[이투뉴스 칼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세계 130여개국 정상과 192개국 협약 당사국의 공식 대표단을 비롯한 비정부단체(NGO) 활동가 및 국제기구 직원 등 4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처럼 세계인의 이목이 코펜하겐에 집중된 가운데 개최된 기후변화 대응 협상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제15차 당사국 총회는 교토체제 이행기간(2008~2012년)이 끝나는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량과 감축방법 등 이른바 '포스트 교토체제'를 마련하도록 합의했던 2007년 12월 제13차 당사국 총회의 '발리 로드맵'를 이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써 2007년에 합의한 '발리 로드맵'은 국제적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비구속적인 코펜하겐 합의문

그런데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낮추고, 부속서Ⅰ 국가들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그 외 국가들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행동을 2010년 1월말까지 각각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고,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개도국 지원을 위해 300억달러,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의 '코펜하겐 그린 플래닛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코펜하겐 합의문(Copenhagen Accord)'을 간신히 도출함으로써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따라서 '포스트 교토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의 공은 또다시 오는 12월 멕시코에서 열릴 제16차 당사국 총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참으로 어렵게 도출한 '코펜하겐 합의문'마저 전체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막판 협상 실패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 정식 합의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당사국 총회 합의문에 "코펜하겐 합의문을 주목한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문안을 포함시키고, 같은 합의문을 전체회의 결정문에 첨부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문 수준에 불과한 코펜하겐 합의문과 온실가스 배출 세계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보여준 협상태도는 앞으로 '포스트 교토체제' 마련의 앞날에 짙은 암운을 드리워주었다. 

국내외적으로 '코펜하겐 합의문'을 놓고 "반쪽의 성공이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오는 12월에도 '포스트 교토체제'는 물 건너갔다"는 극단적인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코펜하겐 총회의 반응은 가장 먼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작년 12월 2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12월 21일 영국 런던 기후거래소(ECX)에서 2010년 12월 21일 인도분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t/CO₂)이 8.3% 하락한 12.4유로에 장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탄소시장에 몰아친 코펜하겐 후폭풍

코펜하겐 총회에서 '포스트 교토체제'가 마련되면 최소 40유로 이상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치에 비하면, 이와 같은 폭락은 앞으로 탄소시장의 존립 자체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즉 "최소 40유로 이상은 되어야 탄소저감 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에 비춰볼 때, 현재와 같은 시장가격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과연 누가 탄소 저감 기술개발과 배출권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배출권 거래가격의 폭락장세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장기화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탄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온실가스 감축노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탄소거래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투자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기업이나 국가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신호가 사라지면 향후 기후변화 대응 협상 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훤하다. 왜냐하면 선제적 대응 기업과 국가들은 무대응 기업과 국가들에 비해서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ㆍ중의 협상 태도에 매달려 있는 기후안보

이번 코펜하겐 총회를 통해서 미국은 구속적이지 않은 틀 안에서 감축행동을 이행할 것을 주장하고,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행동에 대한 국제적 검증보다는 주권을 침해하지 않은 틀 안에서 국내적 검증을 주장하는 등, 세계 온실가스 배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나라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행하게도 두 나라의 일치된 모습은 오로지 감축목표를 비구속적 틀 안에서 이행하도록 하자는 것뿐이다.

이제 결론은 분명해졌다. 오는 12월 멕시코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6차 당사국 총회의 협상 전망은 중국과 미국이 올 1년 동안 협상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 없이는 여타 국가들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현재와 같은 협상태도는 궁극적으로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론, 즉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불행의 나락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두 나라의 자세변화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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