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세미컨덕터, 전지판 차광(遮光) 보정기술 상용화

 

▲ 미국 반도체 기업인 내셔널세미컨덕터가 국지적 그늘이나 부조화로 인한 출력급감 현상을 보정해주는 '솔라매직' 장치를 상용화했다. 사진은 내셔설세미컨덕터 측이 장치의 성능을 설명하는 그래프.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미국의 한 반도체 기업이 그늘로 인한 태양광 차광(遮光)이나 태양전지(Cell) 출력 부조화로 인한 발전량 감소문제를 해결한 혁신기술을 선보여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다면 태양광 발전이 '그늘의 덫'에서 벗어나 효율 부문에서 획기적 기술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전지판(모듈)은 그늘에 특히 취약해 표면적의 10%만 그늘에 들어도 출력이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여기에 지형이나 건물은 물론 가로수, 낙엽, 심지어 먼지나 새똥이 만든 작은 그늘도 적지않은 출력손실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발전소 입지로는 아예 그늘이 발생하지 않는 평지나 건물옥상 등이 선호돼 왔다.

하지만 발전시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그늘의 영향을 받는 장소는 늘고 있다. 시공업체의 40% 가량은 이 그늘을 피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내셔널세미컨덕터가 개발해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에 일부공급한  '솔라매직(SolarMagic) 파워 옵티마이저'(이하 '솔라매직')는 이런 측면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개발사의 주장대로 성능이 발휘되면 그늘로 인한 발전시설 입지제한이 크게 해소되기 때문이다.

내셔널세미컨덕터 측의 설명은 우선 이렇다. 태양광 전지판은 보통 수십개의 태양전지가 열(列)을 맞춰 직렬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특정 태양전지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 모듈판의 전력생산이 중단된다.

모듈판 특정 부분에 드리워진 그늘도 마찬가지 영향을 끼친다. 상식적으로 그늘진 곳의 출력만 떨어져야 하지만 실제론 전체 출력에 상당한 손실을 일으킨다.

다수의 태양전지가 하나로 엮어지다보니 일부의 장애가 전체 장애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솔라매직은 바로 이같은 국지적 장애를 보정해주는 개념의 보정기, 혹은 출력 최적화 기기다. 

차광 부분의 출력감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나머지 정상 부위의 출력은 건져낸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저소득층 복지주택 테라스와 옥상에 설치된 30kW 규모 태양광 시설에 솔라매직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장작한 뒤 실증실험에 들어갔다.

전체 204개의 태양광 모듈 가운데 이 장치가 장착된 모듈은 70여장이었다. 솔라매직은 전지판 배면에 장착된 기존 정션박스를 대체해 부착됐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일반적인 태양광 모듈은 그늘이나 직달일사량, 온도 등 주변환경에 의해 최대출력의 75~80% 가량의 성능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그늘 등의 이유로 67%까지 떨어진 현장 모듈의 성능은 82%까지 향상됐고, 전체 전력 출력도 기존 대비 22% 가량 개선됐다. 

1%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들이 투입하는 천문학적 R&D 비용을 생각하면 이런 간단한 장치로 얻는 성과로는 대단한 결과다. 

▲ 사진 우측 상단 정션박스 모양의 장치가 솔라매직이다.

태양광 발전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그늘문제를 해결한 혁신솔루션으로 알려지면서 솔라매직은 출시와 함께 단번에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터솔라 어워드(Intersolar Award)의 에너지부문 기술혁신상, 월스트리트저널(WSJ)로부터는 '세계적 혁신기술'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 중국 썬텍(Suntech Power)은 내셔널 측과 MOU를 맺고 효율극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그만큼 이 기술에 거는 기대와 반향이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에 첫 공급된 솔라매직은 올 상반기부터 아시아 시장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 공급망은 내셔널세미컨덕터의 기존 한국지사인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대표 최충원)가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용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 이사는 "아직 대리점망이 구축되지 않아 본격적인 공급까지는 시간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때문에 지금은 관련업체의 문의와 상담만 접수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솔라매직이 전례없는 혁신기술임에는 분명해 보이지만 시장 수용성이 검증된 것은 아직 아니다.

이 장치가 실제 상업용 시설에서 얼마나 발전량을 늘리는지 검증이 충분치 않은 데다 공급사 측이 판매가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비 대비 순익 증가분에 대한 손익계산은 어려운 상태다.

내셔널세미컨덕터코리아 관계자는 "회사 영업 방침상 가격은 공개할 수 없지만 해외에선 이미 모듈 제조과정에 이 장치를 장착한 제품이 양산되고 있고,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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