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소득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모두 다 돈이 부족하다. 일정한 소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지출을 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않게 돈 쓸 일이 생겼을 때는 평소 저축을 하지 않은 사람은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반면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알뜰히 저축하고 씀씀이를 줄여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면 어느 가정의 돈 부족 여부는 연봉의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현명한 가장의 지도력에 의한 지출의 씀씀이, 그리고 저축량에 따른 위기대응 능력에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가항력인 위기가 닥쳐올 때에도 자녀들의 기를 죽이지 않고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의 역할과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저축도 안하고 규모 없이 돈을 쓰다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원래 가난한 집안이라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어리석은 가장보다는 평소에 아껴 쓰고 저축해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가장을 비교하면 집안의 미래를 비교할 수 있다.

물 부족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강수량은 1270mm다. 다른 나라의 잣대를 들어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라고 하는 것은 엄살을 떠는 가장과 같고, 우리 국민들은 그 밑에서 기죽는 자녀와 같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수량이 적은 이스라엘은 물 부족을 탓하기보다 물을 적게 쓰더라도 잘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물 부족을 수치화 해보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양은 1300억톤에 달하는데 그 중 사용하는 양은 27%고, 약 400억톤의 물이 여름에 바다에 버려진다. 10년 후 우리나라의 물 부족량은 1년에 8억톤이다. 2%가 모자란 셈이다. 홍수 때 팔당댐에서 초당 1만톤씩 방류한다고 하니 하루에 8억6000만톤을 버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하루만 잘 관리하면 해결되는 양이다.

우리 정부에서 지표로 삼고 있는 일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50ℓ로 독일(130ℓ)에 비하면 2~3배 많이 사용하는 수준이다. 절수형 기기는 생산이나 유통이 되지 않고 시민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물 절약정책은 단지 구호뿐으로 목표연도와 수치가 없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는 철없는 가장과 같다.

물을 저축하는 데 가장 좋은 곳은 지하수층이다. 그런데 지하수가 공짜라는 잘못된 상식과 정부정책으로 지하수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전국의 모든 지천이 말라가고 있다. 지하수라는 통장의 잔고가 바닥나고 있는데도 이를 염려하는 정부정책은 없다. 필요할 때 쓰는 것은 좋으나 그만큼 빗물을 땅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현명한 물 관리 책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득, 지출, 저축량 등을 파악하고 가계를 꾸려 나가는 가장처럼 우리나라 전체에 떨어지는 ‘빗물 가계부’를 만들어 버려지는 양, 저축해야할 양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물 문제는 물 관리만 잘하면 해결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수백척의 왜군의 배를 앞에 두고 "저에게는 아직 13척의 전함이 남아 있나이다"며 열악한 조건에서 임진왜란 승리의 전기를 마련했다.

물 부족 국가라고 하면서 국민을 공포에 몰아놓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지도자보다는 열악한 자연조건 아래 수천년을 잘 버텨온 선조들의 지혜를 보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유도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가장은 바꿀 수 없지만 지도자는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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