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단계별 허용 검토 중"…음식물쓰레기 관련업체 반발 커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환경부가 새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의 제한적 허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디스포저는 주방 싱크대에 설치한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로, 가정의 음식물쓰레기를 갈아 배수관을 통해 흘려보낸다. 현재 음식물쓰레기는 규정 수거함에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결과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악취 발생이 적고, 사용 편리성이 높아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는 1995년부터 디스포저의 판매와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 왔다. 음식물쓰레기가 하수도 관을 막거나 오물이 하수도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수관 내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악취가 발생하고,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하수처리시설의 부하로 방류수 수질을 악화시키는 등의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행 하수도법 제33조(특정공산품의 사용제한 등) 1항에는 '환경부장관은 하수의 수질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정공산품을 사용함으로 인하여 하수의 수질을 현저히 악화시키는 것으로 판단되는 때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당해 특정공산품의 제조·수입·판매나 사용의 금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범 사업을 할 수 있다.

환경부는 2000가구 미만에 한해 조사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노원구 191가구, 강서구 250가구를 대상으로 주방용 오물분쇄기 시범사업을 운용했고, 올해 영등포구 당산동 538가구에 적용할 예정이다.

노원구의 경우 별도 신설한 오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방식, 강서구는 하수구로 바로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당산동은 기존 정화조에 음식물쓰레기 오수를 합병 처리해 별도 처리시설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환경부 승인 하에 디스포저 시범사업을 펼친 것은 환경부에서 디스포저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관거가 미비해 디스포저 사용의 단계별 허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2~3월 중 정책 결정을 내릴 것이다. 현재는 긍정적인 검토인가 아닌가를 논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재근 서울산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단계적으로 풀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하수관로나 하수처리장이 디스포저 시설에 맞게 먼저 설비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 않는 한 안된다"고 주장했다. 디스포저를 적용하려면 도시 계획단계에서부터 기반 시설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홍식 서울시 음식폐기물팀장도 "하수도 직접 배출은 신도시에서나 적용 가능하며, 서울은 노후화된 하수관로 때문에 전면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포저를 사용하더라도 하수도에 직접 배출하는 방안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하수관로는 기존의 사용 부하를 고려해 만들어져 부하량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범사업 중인 서울시도 아파트 지하나 별도 장소에 마련된 시설에 모은 뒤 처리과정을 거쳐 정화된 오수만 하수도로 방류하는 방식이나 정화조 합병처리 방식 중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며 환경부에서는 정화조를 없애는 방향인데 이는 환경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한국은 이미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퇴비화나 사료화 등 자원화에 투입한 예산도 많다"고 덧붙였다.

디스포저를 사용하는 가구는 오히려 하수도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기영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기반연구본부 연구위원은 "하수도 오염부하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해 하수도 요금을 더 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디스포저 사용 검토가 하수도법 개정까지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법 개정이 될 상황은 아니다. 서울시와 상하수도학회 등에서는 디스포저 허용을 주장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수거 운반업체와 자원화 사업 업체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연구결과와 정책 방향 등 상황을 고려해 법은 개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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