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호랑이가 없어야 여우의 권세는 산다.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모 공기업에서는 사장의 권위를 뛰어넘는 한 고위 임원의 광폭횡보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고위간부는 각종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 부서 하위 간부들의 업무까지 관여할만큼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태에 대해 이미 직원들의 내부적 불만이 팽배한 상태지만, 개인적 불이익이 두려워 누구하나 '입바른 소리'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의 비공식 직함이 절대권위를 뜻하는 'A회장님'으로 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사장보다 높은 회장'이 탄생한 배경에는 최고경영자의 두터운 신임이 있었을 것이다. 숲에서 호랑이가 자리를 비우면 다음 서열인 여우의 목청이 커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각종 해외 광물개발 사업을 벌이는 이 공기업의 사장 집무실은 잦은 해외출장 등 업무성격상 비어있는 시간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장이 바깥 살림에 몰두할 때마다 안방 아랫목을 차지하는 'A회장님'의 권세가 최근 눈에 띄게 가족 구성원들의 응집력과 기강을 해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이 공기업에서는 '일단 모르는 체하자'는 방관형 직원과 아예 '회장님을 추종하는' 처세형 직원이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조직기강에도 누수현상이 심각한 수준. 지난해에는 모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고, 남녀문제로 고민하던 한 직원은 치정문제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이 공기업은 자본금을 3조원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하는 등 힘찬 도약의 길을 걸어왔다. 호사다마일까. 그 뒤안에서는 공사 역사상 한번 있을까말까한 우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의 눈부신 해외활동이 빚어낸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가정사가 이렇게까지 피폐해진 이후에 바깥살림이 윤택해진들, 그 기쁨이 구성원 모두의 몫으로 전해질지는 의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2인자가 된 사람은 절제와 겸손, 포용과 공평무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1인자의 귀를 즐겁게하는 말보다 한번쯤 곱씹어 볼 만한 직언을 고하는 일이 더 중요한 2인자의 책무다.

그렇게 해야 가족 구성원들도 그를 신뢰하고 진정으로 따른다. 호랑이가 자리를 비워 생기는 권세가 아니라 차상위 서열인 여우로서의 권위도 충분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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