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박사

[이투뉴스 칼럼] 2010년 새해 벽두,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이기에 뉴스감이 되고 또 모두들 놀라고 있는 것이다. 냉방수요가 몰리는 여름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형식이 주류인 난방수요 시즌인 겨울에 전기의 사용량이 급증한 이번 사태는 불행히도 이미 예견된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 실망감이 크다. 정부는 차제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라고 하는 단기적인 해결책 등 미봉책으로 이번 위기를 지나려 한다면 당장 올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원가보다도 낮게 유지된 전력가격이다. 즉, 정부의 잘못이다. 국제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한 석유제품에는 매우 높은 세금을 붙여 소비자가격이 원가의 2배에 달하게 책정하고 있지만 역시 국제원료가격이 상승한 전기의 경우는 소비자가격을 원가 이하로 책정한 채 한국전력의 손해분을 세금으로 매꾸는 미봉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더욱 낮게 책정된 심야전기요금이 더해져 난방연료가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되어 온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학교와 신축건물에서 전기사용 냉난방기가 설치되고 있으며, 농촌에 가도 땔나무나 연탄이 아니라 전기장판이 대세이다. 전기료가 등유나 프로판가스보다 싸고 또 편리한데 이는 당연한 선택이다.


지난 수 년동안 전문가들은 꾸준히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여 왔고 정부도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전력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이제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전력가격이 충분히 상향조정될 전망은 매우 어둡다.  그러나 이번 여름이 조금만 더 덥다면, 내년 겨울이 이번과 같이 춥다면, 올해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의 출현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전력공급은 당장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여 난방하는 것이 전기로 난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임을 고려할 때, 난방용 전력수요의 급증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에도, 녹색성장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잘못하면 대표적인 정부정책실패 및 비효율적인 에너지사용의 본보기로 교과서에 길이길이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당장 이미 잘 알고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력가격 원가연동 및 상향조정의 시행에 앞장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전력가격의 원가연동이나 전폭적인 상승이 어렵다면 당장 실현이 가능한 다음의 두 가지 단기적 방안을 추천한다.  먼저 공공기관 및 관련 건물의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가격 상향조정이다. 공공기관에 부여하는 전기요금을 현재의 2배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공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절약에 솔선수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한등 끄기나 2부제를 실시하는 것보다 자체적인 분석을 거쳐 각각 건물에 맞는 방식의 에너지저감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또한 일시적으로 지키다 마는 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책방안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보급을 추천한다. 재생에너지는 가장 단기에 설치가 가능하여 보급을 늘릴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상당한 양의 추가전력 생산이 단기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한 정부의 보조지원이 필요하며 또한 난방수요의 패턴과 동일한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선택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으나, 분산형이며 다양한 에너지공급방식이 가능하다는 재생에너지의 장점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전력부족으로 인하여 단전하는 사태가 생겼을 때 상상이 가능한 여러 문제점들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다. 정부는 당장 중장기적인 전력가격 상승 정책을 발표하여 더 이상의 전력난방수요 증가를 막고, 빠른 시한 안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난방방식을 전기로 바꾸는 사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그런 선택을 하는 국민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런 가격구조를 유지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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