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양춘승 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지난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에서 이른바 '코펜하겐 협약'을 채택하였다. 여기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 등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안정화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오는 31일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직 많은 나라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협약이 실패작이냐 아니면 그나마 그런대로 성공적이냐에 대해서는 양극단을 포함하여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발적이긴 하나 중국이나 인도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국인 신흥 개도국과 교토의정서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함께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로 합의한 점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1월 말까지 제출하기로 한 각국의 감축 목표가 얼마나 적극적인가 여부에 달려있다.

IPCC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묶어두려면 대기중의 CO₂ 농도를 450ppm 이하로 안정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 선진국은 2020년까지 최소한 1990년 배출량 대비 25~4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선진국은 80% 전 지구적으로는 50%를 감축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선진국이 그동안 밝혀온 감축 계획을 보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EU는 20~30%, 미국은 3%, 일본 25% 등 전체적으로 보아 13~19% 감축한다는 것이다. 개도국의 경우 한국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 멕시코는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50% 감축, 브라질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36~39% 감축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인구가 많은 신흥 개도국 중국과 인도는 배출량 감축 목표 대신에 단위 GDP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탄소집중도(carbon intensity)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20~25% 각각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자발적으로 각국이 밝힌 감축 계획으로는 그 목표가 100% 달성되더라도 지구의 온도를 2℃ 이하로 묶어둔다는 코펜하겐 협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협약은 '삼림보존 배출권(REDD)'을 제도화하여 열대우림의 파괴를 막는 한편 조림 사업을 촉진하여 온실가스의 흡수원(sinks)을 늘리자는 조항을 담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코펜하겐 회의 이후 기후변화 협약의 장래는 이제 1월 말까지 제출되는 각국의 감축 목표가 얼마나 야심차게 제시되는가에 달려있다. 만약에 각국이 기존의 약속보다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서로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한다면 이번 협약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실상의 성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탄소시장은 급격히 무력화되고 국제 질서는 그 충격으로 심각한 아노미 현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하는 지구적 목표와 각국이 처한 경제적 정치적 현실 사이의 갭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현명한 결정이 올해 말 멕시코 회의까지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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