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나영 기자] 눈이 와도 눈이 쌓이지 않는 도로와 거리. 영화나 사진 속의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평화로운 도시를 상상했다면 이 광경은 어찌보면 삭막하다. 하지만 자동차를 두 다리처럼 여기고 생활하는 현대인들이라면 당연한 바람일수도 있다.

새해 초 폭설은 모두에게 씁쓸함을 남겼다.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마찬가지로 출퇴근이 자유롭지 못했다. 차도 사람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만인의 다리인 지하철까지 발이 묶여버려 출퇴근이 자유롭지 못했다. 출근길에 퇴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어떤 이의 하소연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도로공사에서 발표한 지열도로융설시스템 개발 소식은 모두를 기쁘게 했다.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을 이용했기에 관심과 기쁨은 더욱 컸다. 도로공사 측에서도 시기적절함을 강조했다. 

도로융설시스템은 이전에도 여러 곳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해 과다한 전기사용과 불안정한 시스템, 짧은 수명 등으로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지열을 이용한 시스템은 히트펌프를 작동시키는 만큼의 전력만 사용되기 때문에 기존 전기이용 방식에 비해 4분의 1의 전력만 든다고 자랑한다. 또한 수명이나 성능면에서 여러 모로 우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로공사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건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품을 선보였다. 냉난방시스템과 융합된 지열도로융설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제로에너지하우스인 '그린투모로우'에 설치된 지열도로융설시스템과 관련해 "그동안 회사 측에 '된다 된다' 말로만 주장했지만 눈에 보이는 이런 식의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회사에서의 위신이 섰다. 회사 측에서도 박수를 치며 더욱 열심히 하라고 힘을 북돋워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따지면 도로공사나 삼성건설은 눈이 많이 오면 올수록 그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이런 폭설이 자주 있을 것이다. 남들은 눈이 많이 와서 불편하겠지만 시스템 개발자인 나로서는 눈이 오는 것이 즐겁다"라는 개발자의 말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현대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에 박수 쳐주고 즐거워해야겠지만 시스템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이상기후를 반겨야 하는 이면의 바람이 씁쓸함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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