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환경부 갈등 봉합 대안…기후변화 체계적 대응 위한 해법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한국도 영국이나 호주처럼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아우르는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후정책으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기후변화 정책 권한을 놓고 '파워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지난해 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통과 뒤 온실가스 주무부처 결정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태.

부처별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관련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기후변화 대응 대책 마련에 혼선을 빚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추진 주체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 토론회에서 "행정부서 간 정책의 중복 규제나 상충하는 정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기후변화 정책의 추진 주체를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의 정책 수립·집행·보고·평가 체계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후변화 주무 부처 신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전신인 총리 산하 기후변화대책기획단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에너지 관리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영국같이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청정개발체제(CDM) 등 기후변화 문제가 구체화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도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한국도 전담 대응 부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해 11월 대정부질문에서 '기후변화에너지부'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정태근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된 것은 없지만 정부의 2020년 온실가스 BAU 대비 30% 감축 목표를 실현하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합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부처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인 교수는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국은 거버넌스의 유연성이 떨어져 실현가능성이 낮다. 중소기업청처럼 독립 단위의 '에너지기후변화청'을 신설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민호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합쳐 한 부처로 통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으나 영국의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녹색성장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나 총리 산하에 조직을 신설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단순히 두 부처를 합치기보다는 총괄 구조를 띤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맞다"며 "기후변화와 환경과 관련된 가장 상위법인 '녹색법'이 발효됨에 따라 녹색위의 권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의 녹색위가 아닌 기후변화 전담 조직으로 탈바꿈한 모양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인 교수도 "국무조정실이나 녹색위는 모니터링과 평가의 정책을 수행하면서 정책의 효율화를 진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 관련 부처를 신설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환경부와 에너지부에서 기후 관련 인원만 따로 추려 만든 기후변화 전담 부처가 있다. 덴마크에도 기후에너지부가 존재한다. 

영국은 2008년 12월 정부의 두 개 부처(에너지+환경)를 합쳐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했다. 에너지기후변화부는 예전 '환경, 식량, 농촌문제부(Defra)'에 속해 있던 기후변화 그룹(CCG)과 '사업, 기업, 규제개혁부(Berr)' 소속된 에너지 그룹을 한데 통합한 것이다.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관계자는 "에너지기후변화부는 Berr에서 500명의 인력을 끌어오는 등 기존의 두 부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에너지기후변화부가 명실상부한 기후변화 책임부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의 기후변화 통합 부처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민호 과장은 "영국의 기후변화에너지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맡고 기후변화 대응은 계속 데프라(Defra)에서 담당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여전히 이원화된 상태라 고충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