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4)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삼류 동네축구팀의 수비수와 공격수는 자신의 포지션만 지키면 된다. 반면 일류팀의 특징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게임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회를 잡아 골을 넣는 것이다. 그들에게 경기의 목표는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는 게 아니라 팀의 승리다.

우리나라는 홍수와 가뭄 등  매년 물난리를 겪고 있다. 홍수 방지를 위해 댐, 하천개수, 빗물펌프장 증설 등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붓지만 정작 사용하는 날은 일년에 며칠밖에 안 된다. 또 가뭄이 들면 관정을 파거나 물을 공수하는 대책으로 예산을 퍼붓는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 하는 삼류 축구와도 같다. 그런데 삼류 축구가 유지되는 이유는 수준이 비슷한 삼류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의 물관리에 히딩크식 멀티플레이어 전략을 적용해 보자. 일년에 몇 번뿐인 홍수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일년 내내 유익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간단하다. 비가 많이 올 때 모아뒀다가 이후에 천천히 내보내는 것이다. 사실 그런 역할을 하도록 기용된 대표선수가 하나 있다. 바로 '댐 선수‘다. 하지만 댐은 자기 포지션만 고집해 홍수 때에만 사용한다. 다른 지역에서 물이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어떤 선수는 물절약 포지션에만 집착하고 있어서 물이 많거나 적거나 절약을 외친다. 지하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도시 소하천이 말라가고 산불이 발생해도 이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다. 수질오염 관련 부서에서는 수량은 고려하지 않고 수질 분석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한쪽에서는 저탄소만 외쳐댄다. 이 모든 게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기 포지션만 사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삼류축구팀의 모습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물관리에 멀티플레이어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가 많이 올 때 최대한 많은 곳에 빗물모으기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홍수 때에는 빗물을 모아 지하수를 보충해 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고 그 물을 이용해 친환경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도시의 열섬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모아 둔 물은 산불 등 화재에 대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략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논농사는 홍수, 가뭄 등 복합기능을 가진 최고의 물관리 방법 중 하나다. 세계적인 모범사례인 서울 광진구의 ‘스타시티’ 빗물관리시설은 홍수, 가뭄, 비상용수 등을 대비한 다목적 시설이다. 2005년 제정된 서울시 빗물관리 조례는 당시 홍수와 물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수원시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빗물을 다목적으로 이용하는 레인시티로 방향을 바꾸었다.

일류 시민이 일류 물관리를 만든다. 열악한 지형과 기후조건에서 수천년을 버티면서 삼천리 금수강산을 이루어 놓은 우리 선조들이야말로 멀티플레이어 물관리의 일류 시민이다. 이러한 한국식 멀티플레이어 물관리 기술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전 세계 물문제를 해결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큰 활약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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