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고 연평균 10% 감소 불구 부탄캔 사고는 꾸준히 늘어
LPG 사고의 절반 '사용자 부주의' 결론…소비자 보상 미흡

[이투뉴스 김광균 기자] 최모(남·51)씨는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7㎡(2평) 남짓한 자신의 쪽방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라면을 끓이다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최씨는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갔고 얼마 후 정신이 들자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는 이 사고로 얼굴과 팔 등에 2도 및 3도 화상을 입어 한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원에서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최씨는 병실에 더 머물 수 없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병원문을 나선 이후 그는 밤마다 상처 부위가 가렵고 통증이 심해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최씨는 "한달 사이에 치료비가 630만원이 나왔다. 정부 지원이 있긴 하지만 부담이 커 퇴원했다"며 "병원 치료는 꿈도 못 꾸고 집에서 연고만 바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부주의라고 하는데 이렇게 위험한 사고가 날 줄 누가 알았겠나. 치료비 부담만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고를 담당한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 취급 부주의로 추정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담당 형사는 "국물이 넘친 것을 보니 본인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당시 가스안전공사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선 관할 지사 담당자는 사고 현장을 보지 못하고 집주인이 보관하고 있던 휴대용 부탄연소기와 부탄캔 잔해만 육안으로 확인한 뒤 사용자 취급 부주의로 결론냈다.

담당자는 "현장에 갔을 때 문이 잠겨 있는 상태여서 현장은 보지 못하고 주인이 보관하고 있던 잔해를 봤는데 찌개류를 끓여 먹다가 흘려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며 "용기 제조사는 용기 검사를 통과해야만 유통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용기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가스레인지는 국물이 넘쳐 불이 꺼지더라도 자동으로 가스차단기가 작동하지만 휴대용 기기는 그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보상 처리도 최씨를 막막하게 하고 있다. 부탄캔 제조업체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된 부분은 보험회사에서 처리할 문제"라며 일축했다. 해당 보험회사 손해사정인은 "가스안전공사 감식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피해자가 아직 공사 측에 사고 접수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부탄캔 및 이동식 부탄연소기 파열 사고는 2006년 19건, 2007년에는 22건, 2008년 26건, 지난해 27건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월별 가스사고 발생 건수는 연평균 1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부탄캔과 이동식 부탄연소기 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LPG 사고는 모두 117건으로 전체 가스사고의 80.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사용자 취급 부주의로 분류된 LPG 사고는 47%인 55건이나 된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연료인 LPG는 널리 쓰이면서도 사고가 날 경우 대부분 사용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사고로 입은 피해 보상은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33조에 따르면 LPG 사업자는 사고가 발생해 누군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가스용품 제조사업자가 가입해야 하는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은 과실여부를 따져 보상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보험으로, 일단 사용자 과실로 판단되면 사용자 측에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충전사업자나 판매사업자 등이 가입하는 소비자보장 책임보험이 사용자 부주의로 사고가 날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일정 부분 보상하도록 한 것과 다르다.

이번 사례처럼 사고를 입은 피해자는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을까. 가스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우 가스안전공사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긴 하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가스안전공사 사고점검처 관계자는 "감식을 원할 경우 우리(공사) 쪽에 연락을 하거나 가스기기나 부탄캔을 가지고 오면 된다. 별도의 절차는 따로 없다"고 밝혔다. 감식 후 제품 결함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 어떤 일도 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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