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프 길렌 박사,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정책 강조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에너지 효율을 따지는 소비지가 얼마나 있을까. 심지어 기업도 경영 방침을 세울 때 에너지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아직 에너지 위기를 피부로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같은 안주(安住)를 지적하며 향후 우리의 미래를 매우 '비극적(Tragic)'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 배경으로 지구온난화 문제와 직결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꼽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노력은 전무(全無)하다는 현실이 더욱 암울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도 이 같은 문제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는 IEA 소속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도 정부의 정책 결정자에게 많은 이슈를 던져줄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예산 등의 핑계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단기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식과 그 대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 에너지와 지구온난화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과 각 기관의 기술 연구 등이 병행돼야 한다. 또 정부의 정책 결정자에게 에너지 위기의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언론이 게을리하면 안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적은 따끔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10년째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IEA 에너지기술처 소속인 돌프 길렌(Dolf Gielen) 박사는 22일 세계 각 정부에 에너지 위기론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거론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과 투자를 결정하지 않으면 기업은 아무리 좋은 신기술이라도 기업활동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표현한 길렌 박사는 세 가지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 미래는 불행하게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대로 가고 있지 않다. 지난 1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은 거의 20% 증가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은 2050년까지 현재보다 2.5배 수준이 이를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석유 수요는 향후 25년 동안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탈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우선, 당장 시장에 적용할만한 기술이 부족하다. 기술개발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 다음 순서로 기술의 적합성 여부를 확인한 후 시장에 적용 단계를 밟아야 한다.
또 에너지 기술개발엔 기본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점이 정부가 선뜻 발벗고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 시너지 효과라는 내는 '기술 학습 효과'에 따라 자금은 덜 필요하게 된다.
에너지 효율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정책과 제품 등이 확대되고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게 길렌 박사의 시각이다. 그는 IEA의 '에너지기술전망 2050'을 상기시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자신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CCS)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직까지 CCS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2030년 1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ㆍ저장하는 데 25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또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석유 재생에 사용한다면 더욱 떨어뜨릴 수도 있다. CCS 기술로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의 20~28% 감소시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특히 산업ㆍ건설ㆍ운송 분야에서만 45%, CCS를 이용한 발전 분야에서 34% 줄일 수 있다.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50년 총 32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길렌 박사는 또 천연가스, 원자력, 수소ㆍ바이오연료 사용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2050년엔 전체 발전량 중 천연가스를 사용한 발전량이 23~28% 가량 될 것"이라며 "이는 2003년과 비교해 2배 증가한 수치이며, 가스는 석탄보다 kWh당 1/2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실현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길렌 박사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왔지만 최근 막대한 비용과 방사능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어 있는 현실"이라며 "이를 해결하면 2050년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량은 최고 22%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1990년 원자력 발전은 3세대로 진화했으며 앞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4세대로 발전해야한다는 게 길렌 박사의 전제조건이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 길렌 박사는 "수소ㆍ풍력ㆍ태양ㆍ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율인 현재 18%에서 2005년 최고 34%까지 증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9~16%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율은 2% 이하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프 길렌(사진) 박사는 2002년부터 국제에너지기구 에너지기술분야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IEA회원국에 운송, 전력생산과 산업 분야에 자문역을 맡고 있다.

최근 수소와 연료전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

앞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길렌박사는 네덜란드 에너지연구센터에 재직했다. 2000부터 2002년까지 일본 환경과학국립연구소(NIES)에서도 연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연료가 최근 수소연료와 바이오연료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길렌 박사도 이 같은 추세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전체 육상 운송 연료 중 바이오연료는 13% 가량 차지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6% 정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2050년엔 전체 육상 운송 연료 중 바이오연료가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수소연료를 당장 시장에 적용시키기엔 조심스럽지만 이 연료의 소비도 2050년까지 매년 300만TOE(석유환산톤)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렌 박사의 이 같은 전망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휘발유에 에탄올을 합성한 바이오연료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이 사탕수수로부터 뽑은 에탄올은 현재 휘발유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 연구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뿐 아니라 사용화에도 막대한 인프라 변경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선행과제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란…
1974년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석유소비국가 사이의 합의를 거쳐 같은 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사회에서 설립을 결의, 1976년 1월에 발족했다.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석유공급 위기에 대비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및 석유수급 비상시 회원국간 공동대처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다. OECD 회원국에 한해 가입자격이 부여되며, 한국은 2001년에 가입하였다. 2002년 현재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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