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황유 연료에서 석탄·고황유로 전환 움직임…환경단체 반발

▲ 환경운동연합은 11일 sk에너지의 연료 전환 계획에 대한 sk에너지 담당자와의 면담에 앞서 서울 종각 sk에너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저황유 연료 대신 고황유나 석탄을 쓰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SK에너지가 저황유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고황유나 석탄으로 전환하는 것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SK에너지를 비롯한 '울산 에너지정책협의회'는 2007년 말부터 현재 사용하는 저황유 연료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황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소위 '생산경쟁력 강화방안'을 세우고 정부에 연료정책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4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강만수) 소속 민관합동 규제개혁추진단은 "연료사용 등 행위 제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말 고황유와 석탄 사용을 제한했던 기존 정책을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고 현재 울산시의 결정만 남아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울산은 석유화학업체가 밀집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국 5위에 이르며 전국 이산화황의 14.5%를 배출하는 지역"이라며 "고황유나 석탄을 사용할 경우 환경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고황유를 써도 방지시설을 거치면 저황유보다 아황산가스 배출농도가 낮다"며 "엄격한 배출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 아래 연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K에너지는 고황유 사용이 확정되지 않은 2008년에 이미 배연탈황시설과 질소산화물(NOx) 저감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이에 대해 환경연합은 "고황유 사용에 대비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정유업계 자체 조사에 따르면 방지시설을 거친 고황유의 아황산가스 배출농도는 60ppm 안팎이다. SK에너지가 발간한 '2008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2006~2008년 아황산가스 배출 평균 농도는 51.7ppm으로 저황유 사용으로 인한 배출이 더 적다.

하지만 환경부가 정해 놓은 아황산가스 배출농도 기준은 180ppm이다. 이 때문에 고황유로 전환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SK에너지가 연료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SK에너지는 2001년 울산시에서 저황유 의무사용 정책을 세울 때도 '기업 부담 가중'을 이유로 반대했다.

2007년 현재 SK에너지의 저황유 연료사용량은 90만TOE 정도다. 이는 2008년 총 매출액 45조8000억원의 1.3%에 해당한다. 게다가 석탄과 중유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LNG에 비해 각각 1.7배, 1.4배 가량 많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LNG와 저황유, 고황유의 가격 차이가 몇십원 차이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게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 사용이 기업 부담 가중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2월말께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연료 사용에 대한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이원영 환경연합 국장은 "SK에너지가 연료 사용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다양한 연료체계를 운용해 유가변동 등 변수에 따라 석탄과 LNG 등 연료를 유동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SK에너지가 값싼 연료로 전환할 경우 청정연료를 쓰고 있는 에쓰오일과 GS칼텍스 등 경쟁 업체들도 고황유나 석탄을 사용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연료 전환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11일 환경연합이 제출한 공개 질의서에 대해 "내용을 확인해서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SK에너지 측에 오는 22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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