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국제 인증기관으로 우뚝 선 KTR(한국화학시험연구원)

 

▲ 서울 영등포 ktr(한국화학시험연구원) 본원

[이투뉴스 김선애 기자] 매출 480억원. 전년대비 80억원 증가. 순이익만 50억원. 어느 탄탄한 중견기업의 장부가 아니다. 지식경제부 산하 재단법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이하 KTR)의 지난해 성적표다. 해외에서 이니셜 'KTR'로 더 잘 알려진 연구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던 1960년대 국가는 수출을 장려했다. 고무업계도 수출을 준비했지만 해외에서는 일정한 품질 기준을 요구했다. 당시 제품 만들기에도 급급했던 한국에 품질시험 기관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관련업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1969년 대한고무제품시험검사소를 설립했다. 이 검사소가 KTR의 모태가 된 것이다.

이후 KTR은 화학제품시험검사소, 한국화학금속시험검사소, 한국화학시험검사소로 여러번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금의 명칭은 1994년부터 바뀌었다. 기관 명칭으로만 보면 화학·금속제품 등을 시험·검사하는 기관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KTR은 화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검사를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생활용품 등 화학과 맞닿아 있지 않은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토목·건축, 환경 분야는 물론 REACH·RoHS·WEEE 등 국제 환경규제 등록과 자동차 부품, 선박과 관련된 시험·인증·컨설팅 업무까지 맡고 있다. 또 유럽 CE, 일본 JIS(일본공업규격)와 독일 TUV, 미국 UL 및 NSF 등 세계 45개 국가로부터 국제인증 시험소로 지정됐다.

해당 인증기관은 KTR의 시험데이터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런 KTR이 오는 5월께 전자파시험연구원과 통합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되면 KTR이 다루는 분야는 지금보다 더 광범위해진다.

◆국제 인증기관에 버금가는 실력=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하려면 인증은 필수다. 그러나 인력, 비용,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자체 인증 획득은 쉽지 않다. KTR은 유럽연합 5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KTR의 시험·검사 내용을 해당 시험기관이 그대로 수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 등록 대행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다. 2008년 12월 1일 기준 국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대기업 자체 등록을 제외하면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외국계 기관보다 20% 이상 낮은 금액으로 REACH 등록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비결이다.

조기성 원장은 "국내에서 REACH 등록 사업을 해 온 영국 헌팅턴이 사업을 철수하고 돌아갈 정도"라고 자랑했다. 2008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지사(KTR Europe GmbH)를 설립해 국내 업체의 REACH 유일 대리인 역할도 맡고 있다. 유럽지사는 REACH 등록업무 외에 CE 인증, GS마크 인증 등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정부지정 인증기관인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대학 관계자들과 GOST-R(러시아표준) 발급 세부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OST-R 역시 러시아 수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야 하는 강제인증이다. 국내 최초로 중국 환경독성전문시험기관인 남경화학연구소(NIE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발효되는 중국판 REACH '신화학물질환경관리법'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 조기성 원장(왼쪽)이 지난해 4월 실시한 '기술홈닥터' 활동 시 1일 상담자로 나서 기업의 애로를 경청하고 있다.
◆ '기술홈닥터'로 중소기업 뒷바라지 =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KTR은 창립기념일인 4월 1일 '기술홈닥터' 사업을 실시했다. 중소기업이 '기술홈닥터'를 희망하면 연구원이 직접 기업으로 찾아가 기술 상담을 비롯해 ▶정부지원사업과 연계 ▶R&D 지원 ▶국내외 필수인증 및 규제관련 상담 ▶시험·분석장비 활용법 및 시스템 구축방안 등을 방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기술홈닥터 기간 중 시험의뢰를 신청한 중소기업은 시험수수료 40% 할인 서비스를 받았다. 요청이 쇄도하자 11월에 한 차례 더 실시했다. KTR은 300여개 중소기업이 4500여만원의 기술컨설팅·시험수수료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KTR은 오는 6월까지 유럽 수출 시 필요한 강제인증 CE와 러시아 GOST-R 인증비용을 절반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 기간내 500여개 중소기업이 총 20억원 규모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기성 원장은 "경제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KTR은 세계경제 위기가 몰아치던 지난해 초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용기를 북돋자는 차원에서 책 한권을 출간했다. KTR 직원들이 직접 쓴 글을 엮은 '바람 속을 나는 새는 바람을 알지 못한다'는 에세이집이다.

◆자동차·조선에서 풍력·CDM까지= KTR은 해외 유명 자동차회사에서 시험검사기관으로 인정 받았다. 2008년 10월 아시아 최초로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자동차 부품지정시험 및 고장원인 분석기관'으로, 11월에는 GM대우 시험검사 기관의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자동차 부품류 표면처리(부식 포함) 시험기관 자격을 부여 받았다. 

조선 분야에서도 한국선급은 물론 노르웨이선급, 프랑스선급의 지정 검사기관을 담당하며 철판, 페인트, 엔진, 평형수 미생물 시험 등 시험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풍력발전 검증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동국 S&C가 풍력발전타워를 수출할 때 수입국에서 KTR 인증마크를 요구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리튬 2차전지의 KOLAS 인정시험과 인증을 수행하고 있다.

UN의 CDM '제3자 국제심사기관(DOE)'으로 지정 받기 위한 활동도 2008년부터 시작됐다. 조 원장은 "올해 상반기에 등록하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CDM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으며, 반응이 좋아 올해도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김포청사에 석면전문기술센터를 개소해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석면이 함유돼 있는지 여부를 시험, 평가하고 있다. 석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제품에는 '석면 프리(Free)'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KTR은 국내 유일의 석면분야 표준물질(CRM) 생산기관이자 석면분석 국제 공인시험기관이다. 삼성전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KIST 등 300여개 기관이 KTR에서 교육훈련 및 컨설팅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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