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선 인수전에 美-中 혈안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다시 먹잇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의 목표는 주로 가나, 시에라 리온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미개발 가스전을 소유하거나 멕시코만 등에서 심해수층 유전 개발권을 가진 회사들이다.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신기술을 지닌 기업들도 공략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 정유사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은 1990년대 후반 집중적인 인수와 합병을 통해 몸집이 거대해진 대표적인 정유사다. 그런 기업들 사이에서도 지난 2년간 인수합병 거래수는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 대형 정유사들은 다시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에너지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기존 양상과는 차원이 다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미개발 유전을 찾아 무작정 유전 혹은 가스전을 개발하는 것보다 개발권을 이미 확보하거나 새로운 채굴 기술을 소유한 소기업을 인수하는게 안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IHS 헤롤드의 크리스토퍼 W. 쉬한 인수ㆍ합병 연구소장은 "정유와 가스 산업에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땅을 파거나 인수하는 것 두 가지"라면서 "최근 인수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열풍은 특히 천연가스 생산이 모처럼 각광받으면서 비롯됐다. 여러 은행들과 연구소들은 미국내 새로운 미개발 가스전의 엄청난 잠재력과 저장물을 뽑아내는 신기술의 등장이 북미 에너지 산업의 인수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몇 해동안 해상 유전 및 가스전 개발권을 팔았지만 최근 다시 사들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전통적인 천연가스로 여겨지는 셰일 가스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진흙이 암석화된 셰일 속에 가스가 갇혀 있어 가스를 뽑아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기술 발달로 상업적 용도의 가스를 뽑아내는 일이 가능해지면서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향후 천연가스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BP의 앤소니 B. 헤이야드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셰일층에서 추출된 가스가 에너지 업계의 방향을 가르는 주요한 요소다"며 "이 현상이 향후 100년간 미국 에너지 전망을 바꿀 것이다"고 주장했다.

◆'셰일 가스전' 거래 인기

엑손모빌은 지난해 12월 XTO에너지를 31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장 큰 인수건으로 주목받았다. XTO에너지는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비전통적인 석유와 가스자원 생산판매와 더불어 셰일과 석탄층 가스 탐사도 벌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의 토탈도 체사피크에너지의 바넷셰일 가스전을 8억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체사피크에너지는 지난 2년간 셰일 가스전에서 조인트벤처 사업을 통해 110억달러의 이익을 낸 바 있다. BP와 로얄 더치 셸도 최근 몇개월간 비슷한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나티시스 블레취로에더의 로저 D. 리드  에너지 선임연구원은 "셰일 가스전으로부터의 성장 기회는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미국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간 움직임이 별로 없었던 미국 시장은 가스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은 셈이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자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의 침체 후 인수합병 거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원유 가스 산업에서 전세계적으로 244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2008년 285건, 2007년 336건으로 거래수는 2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졌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수 제휴 대열에 포함될 회사로 EOG 리소시스, 사우스웨스턴 에너지, 페트로 호크 에너지, 엔카나 코퍼레이션, 체사피크 에너지, 데본 에너지, 아나다코 페트롤리엄 등 다양한 에너지 회사들을 지목했다.

기업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의 제임스 보그스 북미 에너지 인수합병부장은 "에너지 업계에서  큰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먹거나 먹히거나' 둘 중 하나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매우 조심스럽고 세심한 모습을 보인 엑손 모빌의 평판에 비해, 최근 XTO와 보여준 엑손의 과감한 행동을 통해 셰일가스와 기술력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는데 타기업에 영향력을 줬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중국 정유사들도 인수 속도전

미국 에너지 업계에 질세라 캐나다, 노르웨이는 물론 자본 여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도 앞다퉈 인수 및 합병에 뛰어들고 있다. 캐나다의 선코에너지는 페트로-캐나다를 180억달러에 인수했다. 노르웨이 국영 정유사인 스타토일도 지난해 11월 아팔레이치언 지역에서 마르셀루스 셰일가스전의 체사피크 지분 32.5%를 34억달러에 지불하는데 동의했다.

중국내 가장 큰 정유사로 손꼽히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이하 시노펙)는 지난해 8월 아댁스 페트롤리엄을 90억달러에 인수했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아댁스 페트롤리엄은 나이지리아와 가봉,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시추 활동을 벌이고 있는 회사다. 시노펙은 이 거래를 해외 원유와 가스전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케이스라고 치켜 세웠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