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인 설립 6년차…한 해 800억엔 매매 지원

 

▲ 쿠로키 신지 한국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이 자사 박막 태양광 모듈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했다. 양 손에 든 것은 중소형민간항공기 모델과 위성발사용 로켓 모델이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 국적기를 이용하려면 활주로 지하에 건설된 경전철을 타고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을 이동해야 한다. 기관사가 따로 없는 무인경전철 '스타라인'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만들었고, 이미 세계 유수 공항에서 운행되고 있다.

쿠로키 신지(黑木愼司) 한국미쓰비시중공업 사장<52.사진>은 '자사 제품이 한국 어느 곳에서 이용되고 있냐'는 질문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취급 제품만 700여가지나 되는 일명 '중공업백화점'이라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는 교통과 발전부문(Power)에 주력하고 있다"며 스타라인을 꼽았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이 전철을 비싸게 팔았다면 결과적으로 교통비도 비쌌을 것이요, 발전설비를 비싸게 하면 전기료도 올랐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큰 이익은 바람직하지만 우선은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고, 무엇보다 품질이 만족스러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관통하는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는 주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2004년 12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100%를 출자해 설립한 한국미쓰비시중공업이 올해로 국내 정착 6년차를 맞았다. 당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거래는 한ㆍ일 상사나 대리점에 의존했다. 그러나 양국간 무역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현지법인이 필요했다. 

기존 판매라인을 유지하면서 '한국형 속도전'에 걸맞은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하기 위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미쓰비시중공업의 68mw급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전경.

하지만 이런 배경 아래 수족(手足)으로 출발한 한국미쓰비시의 오늘날은 6년 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쓰비씨중공업의 한국내 매출은 현지법인 설립이전 300억엔(약 3900억원)에서 현재 약 500억엔(약 6500억원)으로 뛰었다. 

빌딩에어컨, 자동차용 터보챠져, 인쇄기는 물론 발전소에 투입되는 핵심설비나 교통시스템 등 기간산업 부문에서 폭넓게 매출을 키웠다. 여기에 앞으로는 로켓위성발사 서비스나 중소형 민간항공기까지 외연을 넓혀 말 그대로 안파는 게 없는 '대상(大商)'으로 자리매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게다가 이들은 한 해 300억~400억엔의 한국제품을 일본으로 역수출 하는 '큰 손'이기도 하다. 현지법인 설립이전 100억엔에 불과하던 수출액도 한국 제품의 신뢰성 향상에 힘입어 매년 큰폭으로 늘고 있다. 또한 양국 기업간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두산중공업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한국서 가스터빈을 만들기도 한다.

쿠로키 신지 사장은 "부산에 일본수출을 위한 별도의 사무소가 있을 만큼 한국은 중요한 고객이자 파트너"라면서 "앞으로도 한국과는 친밀하고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분야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1986년부터 태양전지 개발에 나선 이 회사는 자체 생산설비로 건립한 28MW급 아몰퍼스실리콘형 박막전지(a-Si) 생산공장과 40MW급 고효율 텐덤형 생산라인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타사 박막전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발전효율이 높은 텐덤형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 나가사키에 설치된 900kw급 지붕형 발전소.

우선 a-Si 박막의 광전환 효율은 6.4%이며, 텐덤형은 동종 최대인 8.3%를 자랑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에 37.9MW, 스페인에 18.0MW, 이탈리아에 5.1MW를 수출한 실적이 있고, 국내에서 영주 3MW를 포함 5MW 이상을 공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박막전지의 경우 동일용량 결정질 대비 10%가량 발전량이 높다. 현재 국내인증을 획득한 모델은 100W급 MA 100T2, 120W급 MT 120T2, 105W급 MA 105V3, 130W급 MT 130V3 등 4종이 있으나 경쟁사가 없고 상대적으로 성능이 뛰어난 130W급 텐덤형 고효율 모듈로 국내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쿠로키 사장은 "미쓰비시중공업은 정밀도가 높은 자체개발 설비로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유일한 메이커이자 20년 이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 왔다"면서 "신뢰성이 높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원칙에 따라 자사 제품의 장점을 서서히 한국 고객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로키 사장은 최근 도요타자동차 리콜사태로 자연스레 화제가 돌아서자 "(메이커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피력했다. 28년간 현장을 누빈 현역으로서 직원들에게도 늘 이 점을 주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기업은 신속하고 과감함이 강점이지만 이번일로 사업전개에 있어 리스크헷지의 중요성을 재인식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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