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기상청 기획재정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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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김영신] 코펜하겐 합의 불발
기후변화와 관련해 일부국가의 소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레짐'으로서 교토의정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공동체의 과학적 지식이 레짐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당초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최대 목표로 했던 2009년 12월에 폐막된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온실가스 목표 설정 및 감축 검증 방식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확정하지 못해 선·후진국이 합의하여 타결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의 쟁점은 온실가스 목표 설정과 감축실적 검증 기준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 갈등이었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 선진국은 “202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16~23%를 감축하겠다”고 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1990년 기준, 감축치 약 40%로 확대’를 주장했다.

감축 실적 검증 방식에 대해서는 선진국이 ‘제3의 국제기구 검증’을 주장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자율적 감축 준수’를 주장했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급급한 협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자국의 이해보다 공동체 의식 충실해야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이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제3차 보고서(2001)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90년 대비 25%~40%를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2007년 작성한 IPCC 4차 종합보고서는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50~80%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는 협상으로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문제는 2008년 12월 폴란드 포즈난의 UNFCCC(유엔 기후변화협약) 14차 당사국 총회에서 감축 달성 목표가 너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각국 대표가 이야기했을 때 과학적 진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앨고어가 잘라 말했던 적이 있는데 필자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선진국들이 향후 개도국을 포함한 감축목표 설정을 고려하고 있다면 당연히 이미 동의 한 바 있는 IPCC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감축 실적 검증기준에 대해서는 과학적 기술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확보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개도국의 통일되지 아니하고 신뢰하기 힘든 감축 통계를 인정해달라는 비합리적 주장 역시 구체적인 협상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주장이라 할 수 있다.

향후 감축 목표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될 수 있는 것은 감축 실적에 대한 공정한 판단 기준이다.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각국의 개별 입장을 고려하여 인류 전체를 곤란하게 하는 기준과 방법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IPCC가 확인한 과학적 지식이 UNFCCC의 협상테이블에 놓여져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나를 양보해야 지구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이타주의적 사고에 입각하여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촌 공동의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계약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국가적인 이익만을 고려한다면 기후변화 문제는 영원히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음을 금년 10월에 개최되는 제 32차 IPCC 부산총회는 전인류에게 인식시켜야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4차에 걸쳐 기후평가보고서를 완성하면서 IPCC는 국제기후변화에 관한 중요한 정보 조달자라는 것을 입증하여 왔다. 그리고 UNFCCC의 당사국 총회와 같은, 기후변화문제가 최우선순위인 다자간 회의에 대표를 파견시키면서 IPCC의 기후변화 활동에 관한 평가 보고서 출판을 통하여 현실적인 협상에 번영하려는 활동을 해 왔다.

기상과학, 기후과학, 해양학 등 자연과학에 기반을 둔 IPCC가 제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어차피 완벽할 수가 없고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협상에 직접 참가하게 되는 정책결정자가 협상테이블에서 바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구촌에서 3000면 이상의 과학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시한 평가이며 어떠한 과학적 판단도 완벽할 수 없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협상보다 더 시급한 녹색생활 실천
감축목표와 감축 실적 검증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어 있다는 사실은 앞서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들이 어떻게 합의되어 타결된다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마침 우리나라가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지 절감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을 통하여 온실가스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의 온실가스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리의 녹색생활 실천 성과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IPCC 제 32차 부산총회와 G20 총회를 통하여 널리 알려져서 제 16차 멕시코 당사국 총회에서는 각국의 감축 목표 및 감축 실적 검증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합의된 극적인 타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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