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 양춘승 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양춘승] 환경친화적이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앞장 서 업계의 선망을 받던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가속 페달 이상으로 대량의 리콜을 단행하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총 900여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00억엔, 여기에 판매 감소 비용 800억엔을 합치면 모두 1900억엔의 손실이 예상되나 이익 잉여금이 11조엔에 달해 손실 규모는 크지 않다고 도요타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의 하락이나 기업 명성의 추락, 게다가 소비자의 소송에 따른 장기적 손실을 감안하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전세 역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도전과 미 의회 청문회 등으로 인한 사건의 장기화도 문제지만 당장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은 1월 19일 91.97달러에서 현재 75달러 정도로 떨어져 총 약 80조 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이번 리콜 사태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번 원인을 제공한 가속 페달의 납품업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CTS사인데,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 엄청난 기업 가치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이란 최종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하기까지 관련된 상호 연관된 사업의 네트워크를 지칭한다. 설계에서부터 원료의 조달이나 보관, 제조 공정, 완제품의 수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가 바로 SCM이다.

SCM의 주요 활동으로는 전략 수립, 전술 단위 계획 수립, 운영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전통적 개념의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 여러 기업이 관련된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전 과정을 경영하는 SCM은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의 증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 기술의 발달로 한 기업에서 생산의 모든 과정이 다 이루어지는 전통적 생산방식과 달리 설계, 생산, 운송의 과정이 각각 전문적으로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프랙탈(fractal) 생산이 발달하게 되면서 나타난 SCM은 이제 단순한 아웃소싱의 단계를 넘어 소비자에 대한 기본적 서비스로 인식되는 시기가 되었다.

즉, 생산의 각 영역마다 최고의 파트너를 두고 자신의 핵심 경쟁력만을 유지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효율성과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추세인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자신은 하이브리드 차종 개발을 선도하여 기후변화 시대에 자동차업계의 선두에 서게 되었으나 바로 이러한 공급망 관리에 실패하여 지금 아주 곤혹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기 자신만 잘한다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자신과 거래하는 모든 파트너들이 모두 함께 잘 하지 않으면 일류 기업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몇일 전 월마트사가 자신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15년까지 2000만톤 줄이겠다는 발표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제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희생양이 아니라 대기업과 함께 서로의 가치를 키워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운일 수는 있겠으나 스스로 같은 실수를 범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그 행운을 오래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서 우리 기업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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