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스페인 푸에르토야노市 흥망성쇠 조명 화제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태양광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스페인의 한 탄광 도시가 화제다.

스페인은 독일과 함께 태양광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그러나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던 이 나라의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08년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발전사업이 진행됐다. 정부의 발전차액지원금 축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금융 위기까지 스페인을 위협했다. '스페인 태양광 산업 붕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스페인 태양광 산업의 흥망성쇠를 집중 보도하면서 "스페인 사례를 미국 태양광 산업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탄광으로 유명한 스페인 푸에르토야노 지역에서 2008년 태양광 산업은 '골드 러쉬'를 방불케 했다. 쇠퇴하는 석탄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 이 지역이 태양광 산업을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은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2008년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의 절반이 스페인에서 건설됐다는 점은 당시 현지의 뜨거운 태양광 열기를 반증한다. 당시 푸에르토야노에도 태양광 모듈과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제조공장이 들어섰다.

또 관련 연구소들도 세워졌다. 전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투자자들이 이 도시로 옮겨왔으며, 농부들은 발전소 건설업자에게 땅을 팔았다.

실업률이 20%에 다다르고 많은 인구가 도시를 떠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특히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발전소도 정부의 후한 보조금 덕에 이윤을 낼 수 있었고 발전소 건설 허가도 비교적 관대했다. 이런 이유로 2010년으로 예상했던 '태양광 전력생산 400MW' 목표는 2007년 말에 앞당겨 달성했다.

2008년에는 2.5GW급 태양광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시켰다. 누적용량의 5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불량 태양광 제품과 꼼꼼하게 설계되지 않은 발전소들이 확인되면서 스페인 정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무기한으로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기존 정책이 산업의 성장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스페인 정부는 돌연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발전차액을 삭감하고 발전소 건설을 제한했다. 푸에르토야노에서 태양광 버블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공장과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미 거래가 왕성했던 사업에 대해 외국계 회사들과 은행들은 계약을 포기했다.

푸에르토야노 시장은 "우리는 재생에너지 시장의 선봉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태양은 무제한인데 왜 태양광 산업을 제한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의 입장 선회를 비판했다.

현재 스페인의 태양광 발전차액보조금은 kWh당 39센트로 분기별로 조정된다. 다만 건물옥상이나 지붕에 설치된 설비는 이보다 약간 높다.

뉴욕타임즈는 "이 도시가 겪은 경험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정부의 섬세한 정책적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미국에게 뼈아픈 조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메사추세츠 주 이머징 에너지연구소의 캐서디 드린느 연구원은 "스페인에서 벌어진 상황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보조금 삭감안에 돌입하고 있으며 발전소 건설에 대한 엄격한 표준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보조금의 변화로 버블과 붕괴를 경험했지만, 보조금 없이는 태양광 산업은 초기부터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럽보다 많이 뒤쳐진 미국이 태양광이 비용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경우 시장을 제대로 형성시킬 기회조차 놓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단맛과 쓴 맛을 경험한 스페인은 최근 다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경기 후퇴에서 살아남은 태양력(태양광, 태양열) 관련 회사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제조사였던 실리켄 리뉴어블 에너지사는 스페인 정부가 보조금 삭감안을 발표하자 5개월간 공장 문을 닫고 직원을 1200명에서 600명으로 몸집을 최대한 줄였다. 이후 회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등 외부 시장에 문을 두드리며 태양광 시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이윤을 내고 있다.

스페인의 에너지 대기업인 이베르드롤라는 푸에르토야노에 50MW급 태양열 발전소를 세웠다. 이 사업으로 인해 수백개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뉴욕타임즈는 400에이커 상당의 농지에 세워진 10만개가 넘는 거울이 탄광 도시의 얼굴에 햇살을 다시 비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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