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WTO 가입 저지하는 美에 압박카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海) '슈토크만' 가스전에서 생산될 천연가스를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자원을 무기로 미국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8일 네덜란드-영국 합작기업인 '로열더치셸'이 주도한는 '사할린-2' 프로젝트 2단계 공사의 환경승인을 철회하며 사업을 중단시켰으며,  프랑스 토탈이 참여중인 하랴가 유전 개발사업도 보류시킬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일 파리 근교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3자 회동을 갖고 "가즈프롬이 슈토크만 가스를 유럽 시장으로  공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에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의 발언은 메르켈 총리가 슈토크만의 엄청난 양의 가스를 미국이  독식하는데 우려를 표하면서 유럽 시장에 공급할 수 없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 경제일간지인 베도모스티는 25일 '굿바이,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푸틴의 발언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들과 크렘린 행정실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이란  비확산법' 위반 혐의로 러시아 국영 무기중개회사인 '로소보로넥스포르트'와 전투기  제작사인 '수호이'에 제재를 부과하고,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저지하는 등 양국간 불편한 관계가 푸틴의 슈토크만 발언의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슈토크만 가스전은 3조2천억㎥ 규모의 천연가스가 묻혀있는 세계최대 가스 매장지로 개발후 50년동안 러시아 무르만스크항에서 선박을 통해 주로 미국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공급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해당사업 지분 51%를 보유한채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되며 오는 2010년부터 가스 채굴이 시작될 예정이다.

   
가즈프롬은 슈토크만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9월 외국 협력사 후보로  노르웨이의 '스타드오일', '하이드로', 미국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프랑스의 '토탈' 등 5곳을 선정한뒤 최종 2~3개 업체를 고를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WTO 가입을 막고  있다면서  슈토크만 사업에 미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푸틴의 발언에 대해 가즈프롬측은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은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베도모스티는 가즈프롬의 측근이 "푸틴의 발언은 놀라운 것이고 이는 엄청난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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