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0)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현명한 부모라면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는 자녀에게 현재의 용돈이 얼마인지, 얼마가 왜 부족한지, 혹시 아낄 방법이 없는지를 물어보고 줄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돈 부족에 대한 올바른 교육적 해법을 알고 있는 셈이다. 물부족에 대한 해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선 자신의 하루 물 사용량을 아는 것이다. 한 달 수도요금 고지서를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의 한 달 물 사용량이 3만리터라고 하면 하루 사용량은 1000리터, 한 사람당 하루에 사용하는 물은 250리터이다. 참고로 정부에서 상하수도의 시설용량을 계산하고 물부족의 근거로 사용하는 기준치는 350리터이다.

이 수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미국처럼 하루 500리터를 사용하는 나라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독일과 같이 적게(130리터) 사용하는 나라와 비교하자. 물을 절약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독일에서는 물절약을 위해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지 않는다. 다만 제도적으로 절수기기 설치를 의무화했을 뿐이다. 화장실 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면 하루에 50리터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붕에 떨어지는 공짜 빗물을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빗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물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 상수도와 하수도 요금을 비싸게 받는다. 단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량 이상 사용자에게 더 비싸게 받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외로 해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하루 물 이용량을 계산하고 실생활에서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루에 쓸 물 350리터를 출근할 때 들고 오도록 해보자. 그러면 누구나 자기가 물을 너무 많이 쓴다고 느낄 것이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수도요금을 더 많이 내도록 요금 체계를 개선하면 된다.

끝으로 물절약과 빗물이용이 쉽게 달성 가능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길임을 인식하고 미래를 대비해 학교나 군부대에서 환경교육 차원으로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 물 관련 부처의 장관이나 시·군의 현역 또는 예비 지도자에게 한번 질문해 보자. "하루에 물을 몇 리터나 사용하나요?", "그 양이 많은지 적은지 알고 있나요?",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을 알고 실천에 옮기는 지도자가 있고 그런 지도자를 선택할 안목이 있는 시민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절대 물부족국가가 아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 myhan@snu.ac.kr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