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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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사설]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이 극치에 달하고 있다. 국립 서울대학교가 냉난방 설비 교체를 전기식 히트펌프(EHP)로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는 관악캠퍼스내 45개 건물에 대한 냉난방시설 일체를 도시가스를 연료로한 중앙냉난방(GHP)에서 전기 방식으로 교체키로 하고 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3월15일자 보도)

학교 당국은 GHP가 EHP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그럴듯한 말이다. 또한 경제주체로서 어쩌면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발짝만 더 나가보면 자체 모순이고 반사회적 행위라는 게 극명해진다.

우선 서울대는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를 엄청나게 써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에너지 다소비처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려는지는 모르겠으나 방식이 틀렸다. 누누이 지적했듯이 전기는 석탄이나 가스, 기름, 우라늄을 사용해 만들어낸 2차 에너지이다. 당연히 1차 에너지보다 값이 비싸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요금 정책의 잘못으로 전기가 더 싼 형국이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 원가 연동제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에너지 요금 체계의 모순은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들이 값싸고 편리한 전기만을 찾을 경우 최종적인 부담은 온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대는 교육용 전기를 쓰고 있다. 때문에 원가이하의 값으로 전기를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농사용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배려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이용해 학교 전체의 냉난방 방식을 전기로 바꾼다는 것은 국립 서울대학교로서는 적절치 않은 처사이다.

특히 정부는 이런 모순을 막기 위해 이미 각 대학에 신규 냉난방 설치시 EHP 방식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서울대학교는 지성의 최고봉이다. 모범을 보여야할 국립대학이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다는 식으로 나서서는 곤란하다.

서울대는 가스방식이 전기방식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비싼 전기요금을 물고 있다고 해도 그런 논리가 나올 수는 없다. 비정상적인 요금체계의 틈새에서 이익을 노린다는 것은 최고 지성을 자랑하는 서울대로서는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지식경제부는 가스 냉난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물론 전기가 편리하지만 2차에너지이기 때문에 우선은 값이 싸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혹은 몇 십년 뒤까지 오늘날과 같은 뒤틀린 전기요금 체계가 존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현실화된다면 또 다시 냉난방 방식을 바꿀 것인가. 먼 장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다면 서울대는 EHP 설치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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