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박사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앞서가는 수송용 연료 기술, 못 따라오는 수송용 연료 정책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이 독점하고 있던 수송용 연료 분야에 조용히 새로운 개혁이 시작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LPG가 자리를 잡았고, 21세기 들어 높아진 국제유가를 반영하여 최근에는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이러한 수송용 연료사용 변화에 대하여 수차례의 수송용 유류세 조정을 거쳐 현재의 휘발유 : 경유 : LPG 세금비율인 100 : 85 : 50을 2007년 이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입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통하여 미흡하지만 이들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CNG와 전기가 자동차용 연료로 추가되었으며 곧 바이오디젤와 바이오에탄올, 그리고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 역시 추가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수송용 연료 시장에 춘추전국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CNG의 사용은 환경부가 주도하고 있다. 청정연료임을 앞세워 시내버스들의 사용 연료를 CNG로 바꾸는 사업을 하더니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일반 자동차에도 적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천연가스에는 소비세가 거의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까지 좋아 여기저기에서 CNG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CNG로의 전환은 기존의 휘발유, 경유, LPG 연료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이는 결국 국가의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현재 안전성 등의 이유로 충전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사용의 불편함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마치 LPG 수요가 증가하던 IMF 경제위기 직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가 LPG 때와 마찬가지로 CNG 사용을 허용하되 세수 감소를 이유로 CNG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원래부터 LPG를 쓰다가 LPG의 일반차 허용에 따른 원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택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미 CNG를 쓰고 있는 대중교통인 버스의 요금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디젤과 비이오에탄올의 사용 확대도 친환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하여 시행하는 정책이다.  기존의 유류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하므로 공급인프라 구축에는 당장에 큰 문제가 없지만 세금이 붙지 않는 연료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수 감소 문제를 여전히 낳게 된다.

전기를 사용하는 충전식 자동차는 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전기자동차 도입 역시 이산화탄소배출 감소를 위하여 시행되는 정책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전력가격이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어 전기자동차의 증가는 세금 수입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기에 충전소 등 인프라의 건설과 궁극적으로 발전소의 추가건설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에는 전력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파급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미미한 상태이다. 여기에 곧 연료전지 사용 자동차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이러한 개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되어 왔다.

선진국들이 이러한 다양한 연료들을 사용한 것이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모두 사용하는 나라들은 없다. 대부분 공급인프라 관련 비용 과다 등의 이유로 자기 나라에 적합한 연료들을 선택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R&D 계획에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러한 새로운 연료사용 기술개발이 반영되어 있는데, 실제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실제 시행관련 제도나 세금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등에 크게 뒤져 있어서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연료의 사용은 일견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지만 자동차 회사 측면에서는 이 모든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을 생산할 수 없고, 정부 역시 모든 연료의 공급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기에 고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허점도 나타난다.

LPG 사용의 경우를 보면 안전상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LPG 차량을 몰려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나 렌트카의 경우, 가스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도 모두 운전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엔진을 켠 채로 충전하는 등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단지 세금수입 조정만의 문제가 아니고, 수송용 전반에 걸쳐 어떠한 시스템이 과연 우리나라에 적합한 시스템인지 제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수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승용차 구입자들이, 나아가 수송수단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지난 수년간 겪었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크게 키우는 일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성이 후퇴해 수송부문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성취는커녕 오히려 저연비 탄소성장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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