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세상에서 싸움구경과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들 한다. 특히 육탄전이 아닌 고도의 심리전과 신경전, 전략·전술이 버무려진 싸움은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흥미를 자아낸다. 최근 온실가스 규제에 관한 두 부처간 다툼에서 정부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태는 재미보다 쓴웃음을 자아낸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기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까지 제정한 것은 이를 전략적으로 구체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본법은 물론 시행령 통과까지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

온실가스 감축 업무를 놓고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벌인 1차전은 환경부의 우세승으로 끝났다. 지경부와 공동 관리로 결론지어졌던 것이 규제개혁위원회의 태클과 이 대통령의 쐐기로 환경부가 전권을 쥐게 된 것.

지경부는 에너지·산업 온실가스 관리만 전담하고 온실가스 인벤토리부터 규제 총괄은 환경부가 도맡게 됐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 사용의 90%,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70%를 차지하는 에너지·산업 부분을 지경부가 맡았으니 환경부의 압승이라기엔 뭔가 부족하다.

문제는 에너지·산업 부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규제하지 않고 여타 교통(국토해양부)이나 농·수산물(농림수산식품부), 폐기물(환경부) 등에서 줄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산업계 입장에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두 부처는 숨 고를 틈도 없이 탄소 배출권거래제 쟁탈전을 앞두고 있다. 1차전은 탄소 배출권거래제의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규제 등이 골자다. 2차전을 위한 전초전이자 2차전을 따낼 도약대였다. 환경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자축하는 모양새며 지경부는 오랜 시간 공을 쏟아온 만큼 이번엔 승리할 자신이 있어 보인다.

1차전이 박빙의 승부였다면 2차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릴지 모르겠다. 분패한 지경부가 2차전에 총력을 다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환경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겠지만 1차전의 승리를 거머쥔 데다 배출권거래제는 실상 산업·경제로 분류돼 지경부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까지 가세해 싸움판이 더 커질 태세다.

이러한 부처 간 다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정책을 수행하는 부처의 근본적인 이념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부처가 맡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일면 맞는 말이다.

녹색법 시행령에 대한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 온실가스 규제 업무는 환경부가 맡고 배출권거래제는 지경부가 담당하는 것이 밑그림이었다. 녹색성장이 이명박 정부가 중시하는 가치라면 부처 간 이권 다툼에 힘을 뺄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적합성을 판단할 일이다. 정부 부처가 국익이라는 대의를 고려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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