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潮流)탄 조류(藻類)' 오유관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의 '新산유국' 도전기

▲ 석탄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태양광으로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있다.
[이투뉴스] 2020년 한국은 명실공히 산유국이 될 수 있을까? 땅 속 천연자원으로만 여겨온 석유를 바이오연료에서 얻어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세대 바이오디젤은 대두나 옥수수, 야자 같은 곡물에서 기름을 짜낸다. 이 기름으로 자동차 등 동력 엔진에 필요한 디젤이나 휘발유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곡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디젤은 넓은 경작지를 필요로 하는데다 마구잡이식 작물재배의 위험성, 식량가격의 상승 유발 등을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인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최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곡물 대신 조류(algae)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엑손모빌과 쉐브론, 영국 BP 등과 같은 거대석유기업들은 조류에서 바이오연료를 개발하는 신생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조류(藻類)가 조류(潮流)를 탔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에도 미세조류에서 기름을 짜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오유관 박사팀은 연구원 내에 설치된 2.1MW급 화력발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연소 배기가스 연구개발(R&D) 실증설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태양광을 이용해 미세조류를 키우고 있다.

태양광이 없는 야간에는 LED등을 보조광으로 사용해 24시간 배양한다. 실증설비 건물 옥상에 온실처럼 마련된 미세조류 배양실은 온·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 박사 연구팀은 5년간 약 50억원의 예산을 투입, 미세조류를 원료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부산물을 활용해 수소와 전기, 그리고 바이오플라스틱 등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오 박사는 "실증 연구가 실제 발전소 등에 적용된다면 온실가스 저감과 청정연료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10년 내에 실질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배양한 미세조류에서 바이오연료 추출 과정.

클로렐라와 같은 미세조류(식물플랑크톤)는 햇빛, 이산화탄소, 물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이들은 급속하게 증식하며 일년 내내 수확도 가능하다. 기존의 곡물 바이오연료와 다르게 조류는 넓은 토지와 담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 박사는 "미세조류는 대두유보다 50~100배 이상의 생산성을 갖고 있다"며 "바이오디젤 3억ℓ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면적의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또 "화력발전소가 많은 국내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기술이며 화력발전소의 자투리땅에 미세조류를 배양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연료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오 박사는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은 단지 청정연료일 뿐만 아니라 1세대 바이오디젤의 저온 유동성과산화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해 연료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곡물 바이오디젤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품질이 떨어지는 반면 오 박사팀은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기름에서 산소를 제거해 일반 경유와 유사한 탄화수소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 오유관 kier 바이오에너지연구센터 박사
현재 오 박사 연구팀은 연간 ㎡당 3ℓ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으며 연구가 완료되는 2013년까지 9ℓ를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배럴당 200달러 정도인 생산단가도 낮출 계획이다. 에기연은 2013년 마무리되는 이 과제가 성공할 경우 미세조류 바이오오일의 생산단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류 바이오연료화에 대한 연구는 미국, 유럽 등 미세조류 배양이 가능하고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을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는 국가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기술 로드맵 작성과 8500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엑손사는 관련 연구에 사상 최고액인 6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세조류에 대한 연구가 과열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당분간은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단 한곳도 없을 뿐더러 곡물 바이오연료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기연은 2013년 미세조류 에너지화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2014년 발전소나 배기가스 배출 기업과 실증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0년경 기업 주도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오 박사는 전망했다.

 

▲ 해조류와 미세조류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2008년부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eu와 미국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조류 연구에 석유·에너지사, 바이오연료사 등 기업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해조류 바이오연료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미세조류 바이오연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전=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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