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2)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처녀, 총각에게 재혼하겠냐고 묻다가는 따귀를 맞을 수도 있다. 무식하거나 고의로 악담을 내뱉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하는 처녀 총각에게 '재(再)'자를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부나 언론에서 하수 재이용이나 빗물 '재'이용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수 재이용이란 하수를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서 문제가 안 되지만 사용한 적이 없는 빗물에 '재(再)'자를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런데도 빗물 재이용이라는 단어를 아무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것은 '빗물=하수'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빗물은 원래 깨끗한 것인데 땅에 떨어진 후 더러워진 것이다. 하수는 처리를 해야만 재이용이 가능하지만 빗물은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빗물은 더러울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관 때문에 한 해 우리나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1270억톤이라는 깨끗한 수자원이 모두 다 쓰레기처럼 취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물부족, 홍수, 수질오염 등이 발생한다.

빗물 이용은 빗물이 더러워지기 전에 받아서 이용하자는 것이고 빗물 '재'이용은 더러워진 빗물을 받아서 처리한 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더러워진 빗물을 '재'이용하기 위해서는 처리를 해야 하며, 이때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빗물 재이용이라고 하는 사람은 상류의 빗물은 깨끗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무식) 아니면 일부러 규모와 시설을 크게 만들어 비싸게 하려는(고의) 것이다. 이와 같이 빗물 재이용의 '재'란 말 속에는 엄청난 불합리와 낭비의 요인이 담겨져 있다.

정부의 '밑에서 모으는' 정책은 불합리하다. 흘러 내려오는 동안 더러워진 물을 처리하자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운반시설은 물론 처리시설도 커야되므로 비용도 많이 들고 그것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므로 그 양을 다 처리할 수 있도록 처리시설을 매우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년 중 그 큰 시설을 사용하는 날은 며칠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작게 만들면 정작 비가 많이 올 때는 홍수가 발생하거나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빗물이 하천을 오염시킨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위'에서 빗물을 받는 소스 컨트롤(source control)이다. 그러면 물 절약이나 홍수 방지도 할 수 있고 또 그 물을 천천히 지하로 침투시키면 가뭄이나 건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빗물 이용이란 더러워지기 전의 빗물을 받아서 이용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처음 떨어진 순수하고 깨끗한 물을 별도의 처리 없이 또는 자연적인 침전현상으로 입자를 분리해 음용이나 비음용으로 사용한 것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인류가 해온 일이다. 이것이 적은 에너지로 지속가능하게 물을 확보하고 다목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응하는 물관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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