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도입·도매부문 경쟁 도입안이 논쟁 재촉발
시장경제냐 수급안정이냐 '줄다리기'

 

▲ 가스공사 평택기지에 정박 중인 lng선 (사진제공-가스공사)

[이투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가스산업 선진화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전용 천연가스의 도입·도매부문에 신규 가스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법안을 두고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경쟁도입이 천연가스의 도입가격과 소비자 가스요금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업계와 학계, 지경위 의원들의 의견차가 확연했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의는 지금까지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열린 지경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법안 처리는 물론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다음 소위로 넘어갔다. 자료가 불충분하고 내부적인 토론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에게 "정부는 자료를 요청하면 좀 투명하고 확실한 자료를 달라"며 볼멘 소리를내기도 했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역시 "실체적 진실에 부합된 자료를 달라"고 거들었다.

이달 22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번에 처리가 안되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연말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지경위 한 입법조사관은 "의원들마다 주장이 달라 일치하지 않고 논의도 깊게 들어가지 않아 상반기 중 법안 처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캐나다 엔카나社가 보유한 광구 개발현장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가스산업 구조개편 10여년 째 논의 중

정부는 2008년 10월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부터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천연가스 도입·도매 부문에 신규 민간사업자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가스 요금 가운데 원료비 비중이 83% 수준으로 요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도입·도매 부문을 독점하고 있어 낮은 가격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우선 발전용 물량에 한해 경쟁을 도입하고 이후 산업용으로 경쟁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민영화 추진대상에서 가스산업을 제외하면서 이전부터 지속됐던 가스공사 민영화 논란으로부터 한 발짝 비켜섰지만 경쟁도입에 대해 대기업 특혜 시비, 단계적 민영화 추진 및 소비자가격 인상 우려 등 갖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 가스산업 경쟁도입 논란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1998년 가스공사 민영화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불거진 경쟁도입 논란은 10여년 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1999년 발표한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정부 지분률을 낮춰 가스공사를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이 계획이 가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정부의 가스산업 구조개편 계획이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의도 유보되면서 당초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민영화를 추진했던 설비부문은 공기업체제를 유지하고, 분할 매각을 추진했던 도입·도매부문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분할 방식과 신규진입방식 등을 고려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후 16대 국회 임기만료에 따라 계류법안이 자동폐기되면서 수그러들었던 민영화 논란이 현 정부에서 재점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 전기·가스·수도·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2008년 10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지경부가 내놓은 것이 발전용 도입·도매부문의 경쟁 도입을 골자로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다.

현재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지경부 가스산업과 관계자는 "연내 법안 처리를 위해 의원들이 적극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며 "의원들에게 자료도 제공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등 개별적인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산업 선진화의 영향권 내 있는 가스공사는 일단 정부 방침을 따르는 한편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공익성을 유지하는 등 몇 가지 제한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 경쟁 도입시 lng 도입가격 및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시각차가 크다.(사진제공=가스공사)

◆ 정부 "경쟁 통해 도입 가격 낮춰 소비자 가격 인하될 것"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경쟁을 통해 도입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 가격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가격이 과연 도입가격이 인하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지경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연간 LNG(액화천연가스) 도입물량 2700만톤 가운데 발전용 200만톤에 대해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하면 다양한 형태로 가격협상을 할 수 있어 기존처럼 가스공사가 홀로 협상에 나설 때보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가스공사가 일본보다 비싼 가격으로 LNG를 도입해 큰 손실을 초래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독점적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자가소비용으로 직도입을 하고 있는 포스코나 케이파워가 2004년 인도네시아 탕구프로젝트에서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입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들어 경쟁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과 관련, "현 정부의 가스산업 경쟁도입 방안은 가스산업의 독점적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면서도 "발전용 물량에 대한 최소한의 경쟁장치를 통해 도입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정부가 내놓은 법안은 실질적으로 경쟁도입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대기업에 의한 과점시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가스공사가 독점을 하는 것과 일부 기업이 과점을 형성하는 게 무슨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반대 측 "분산 구매로 협상력 저하…도입가격 인상 요인도 많아"

경쟁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도입가격 및 소비자 요금 인상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한정된 물량을 다수 사업자가 분산 구매할 경우 구매 협상력이 떨어지고 계약 건당 물량규모도 축소돼 도입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계약보다는 단기계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며 이 역시 도입가격 인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입시장에서 국내 기업끼리 경쟁을 벌이게 되면 수입조건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LNG 도입가격은 시황에 크게 좌우되며 오히려 경쟁 도입시 분산 구매로 교섭비용 증가, 도입 협상력 저하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가스 수입은 독점체제가 유리하며 굳이 가스공사 독점은 아니더라도 컨소시엄 형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 주체의 통합수급관리 체계에서 개별수급관리 체계로 전환되면서 국가적으로 수급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동고하저형 수요패턴과 부족한 저장시설 등 국내 가스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민간 사업자 차원의 개별수급관리체계보단 통합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쟁시장에 일부 대기업만 참여함으로써 과점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스산업 도입·도매부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높은 대외신인도, 막대한 초기투자비 및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등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부 2~3개 대기업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가스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독과점 형성에 따른 가격담합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