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서정수 박사

[이투뉴스 칼럼/ 서정수] 지구 생태계는 지금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인간 역시 생존의 위협속에서 같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의 한 개체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하나다”라는 가이아(Gaia) 이론 때문만은 아니다.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지진, 홍수, 가뭄 등 극심한 혼돈사는 일찍이 문명 이래 유래가 없다.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자연도 존재하지 못한다. 한강 밤섬에 새무리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서울은 우리가 살 곳이 못된다는 뜻이다.

단적인 표현이지만 온전한 자연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인간의 생존을 부정하는 척도로 평가된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1910년 이후 1.5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겨울철 우리의 풍요로운 식탁을 장식했던 명태는 한반도 근해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을철 과일의 진수로 꼽히던 전남 나주배와 대구사과의 명성은 사라지고 있다.

꽃은 매년 더 일찍 피고, 바닷물은 더 더워진다. 이대로라면 향후 십 수년내에 사과와 배를 수입해서 먹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고로 명태는 수입한지 오래다.

생태학자 입장에서 이에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일이 있는데 바로 외래종 유입이다. 외래종은 기이한 형태로 우리국토를 좀먹고 있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의 숲속을 보라. <서양등골나물>이란 식물이 남산의 숲을 혼란속에 빠뜨리고 있다. 경기, 강원, 서울을 중심으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 군락을 이루며 봄철엔 아토피와 기관지, 피부염을 일으키는 있다. 

<가시박>이란 외래종은 우리의 자생식물지역은 물론 경작지까지 침투해 수확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각종 농작물은 중국에서 날아온 <주홍날개꽃매미>의 피해로 경작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파랑볼우럭>,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 온전한 수계생태계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12종에 이르는 외래종들을 위해외래동식물로 정해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대응은 빨랐는지 몰라도 생태학적으로는 더 큰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방제 가능한 생물학적 방제법과 생리적 특성에 대한 고찰이 미흡했던 까닭은 아니였을까.

<가시박>은 성장이 빨라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 뒤덮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고사시킨다. 게다가 성장을 저해하는 화학물질을 내뿜어 죽게 만든다.

이런 까닭에 <가시박>이 번지기 시작한 곳은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비닐하우스나 밭으로 번진 경우 그 땅은 경작을 포기해야 한다. <가시박>의 씨앗은 생존력도  뛰어나다. 여건이 좋을 때까지 60년 정도를 기다렸다가 발아하기도 한다고 한다. 가히 '괴물식물'이다.

<가시박>의 전파 경로는 주로 물줄기를 따라서 번져 나가는데 수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는 정착이 어렵다. 반면 안정적이지 못한 곳은 곧 <가시박>의 영토가 된다.

우리 정부는 현재 4대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건강한 수생태계 유지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재삼 숙고해 볼 문제다. 최근 <가시박>의 원산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선 민간단체가 결성돼 꾸준히 구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토교통성에서 발간된 가시박 구제 안내서가 있을 정도다.

과연 우리 정부는 금수강산의 안정된 생태계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국민의 마음에 <가시박>이 마구잡이로 들어서게 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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