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화 차원 '중국행' vs 중국, 파격적 대우로 유인

[이투뉴스] 미국이 세계 청정에너지 산업의 최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청정에너지기술 주도권을 빼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스티븐 추 미 에너지부 장관은 향후 5년간 미ㆍ중 청정에너지 연구센터에 37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에 모두 설치되는 이 연구소는 에너지 효율과 그린자동차, 석탄발전소의 탄소포집(CCS)을 집중 연구할 예정이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합의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이 연구소에 추가로 75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의 최종 목표 기금액은 1억5000만 달러다. 

추 장관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의 경험을 받아들여 우리는 새로운 전문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양국의 이번 협력은 탄소감축을 위한 더 넓은 차원의 파트너십 기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미국이 먼저 중국에 손을 내민 것은 몰라보게 달라진 중국 재생에너지산업의 위상 때문이다. 중국은 전폭적인 투자, 선진 기술력 확보 등 재생에너지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는 최근 발표된 다양한 수치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액은 미국보다 배 가량 많다. 중국 정부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책과 더불어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장까지 뒷받침됐다.

같은해 중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의 95%는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됐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국내 설치되는 제품의 80%가 중국산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 기업인들 속속 '중국행' 

양국 정부간 협력과 더불어 기업간 기술 협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의 선도적인 기술 회사들은 중국에 경영진을 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Applied Materials)가 대표적인 예다.

컴퓨터 칩을 만드는 장비를 제작했던 이 회사는 사업 영역을 넓혀 반도체, 태양광 패널,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를 제작, 공급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다.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의 마크 핀토(49) 최고기술경영자는 지난 1월 중국으로 발령이 났다. 회사가 베이징에 최신식 대형 태양광 연구소를 건설하면서다. 현재 그는 중국에서 태양광 시스템과 플랫패널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경영 부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서 급성장하자 미국 기업들은 연구원들과 공장, 소비자가 가까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도 중국이 올해 말까지 세계 태양광 패널의 3분의 2를 생산할 것이라고 보고 연구소를 중국에 세우기로 했다.

이 회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발전시키고 미국과 경쟁구도를 갖추면서 미국 엔지니어들도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일부 미국 기업들이 중국 회사들과 중국 기술의 면허를 취득하려고 거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시장 뿐 아니라 저렴하고 높은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도 중국을 찾게 되는 주요한 이유다. 더욱이 지역 정부가 청정에너지에 지원하는 보조금도 한 몫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남서부로 600마일 떨어진 시안 시는 47개 대학과 연구소를 갖고 있다. 월 730달러에 고용할 수 있는 석사급 엔지니어들을 매해 배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안 정부는 어플라이드 매터리얼스에 대폭 할인된 값으로 75년 토지 임대권을 내줬다. 그리고 연구소의 운영 비용의 약 4분의 1을 5년간 대주기로 했다. 중국이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 잡은 이유다.

미국 퓨처 퓨얼스(Future Fuels)는 최근 중국의 한 연구소로부터 석탄가스화 장비를 1억달러에 사들였다. 이 장비는 석탄을 가스로 바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포획을 가능케 한다. 퓨처 퓨얼스는  중국 기술자를 고용해 자사의 미국 근로자들에게  장비의 조립과 작동 방법을 교육할 계획이다.

중국으로 이전하는 청정에너지 중소 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트코어 테크놀로지(NatCore Technology)사는 최근 태양광 패널을 더 얇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에너지와 유해 원료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미국 회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 회사는 중국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추가 개발을 마무리 하고 중국에서 대량생산을 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의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야말로 정치적인 의지를 통해 이를 실천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中 새로운 재생에너지 '강국'

중국이 새로운 청정에너지 강국이라는 것은 최근 몇 개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퓨 자선기금(The Pew Chariable Trusts)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청정에너지에 투입하는 금액에서 미국을 제쳤다.

태양광 패널 제작과 풍력 터빈 설치에 있어 중국은 이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위치에 가까워졌다.

USA투데이는 "중국은 현재까지 설치한 재생에너지 총량 부문에서도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며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전력의 15%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퓨 자선기금의 필리스 커티노 디렉터는 "미국이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청정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사설 연구소인 클린에지(Clean Edge)도 최근 '2010년 청정에너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새로운 청정기술 장악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이 실질적 승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중국은 중요한 오염 이슈에 직면하고 있어 청정에너지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입장"이며 "그러나 정부가 투자에 집중하는 반면 여전히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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