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 수출 앞장서면 상용 원전 시너지 효과
원자력 안전 세계 최고… 출력용량별 표준설계화 숙제

 

▲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인터뷰>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이투뉴스] “그동안 연구용 원자로를 주로 수출한 곳은 아르헨티나의 인밥(INVAP)이라는 회사에요. 그 다음에 러시아가 일부 했고, 그 외에는 소위 ‘메이저 플레이어’가 없어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죠.”

지난 1일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계약을 마친 직후 만난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의 표정은 밝았다.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준비하던 시작단계부터 줄곧 앞장서 이끌었던 김 차관은 이번 수출을 계기로 큰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그동안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수출경험 부족’을 이번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계약 체결로 말끔히 해결한데다 우리나라의 기술 및 원가경쟁력이 경쟁국을 한발 앞섰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이 시장을 이끈 아르헨티나의 인밥은 신뢰가 추락했다. 지난해 인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PALLAS) 건설은 공기를 비롯한 안전성 설계 등 여러 여건이 충족되지 못해 입찰이 중단됐다. 또 2007년 건설한 호주 연구용 원자로(OPAL)가 운전 중 핵연료 결함으로 9개월 동안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인밥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

“팔라스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르헨티나의 인밥은 입찰 당시 굉장히 싼 가격으로 ‘덤핑’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얼마 전에 네덜란드가 그 계약을 파기했죠. 이런 상황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곳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 역할을 우리 한국이 맡게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이 그 시작을 알린 것이죠.”

김 차관은 지난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한국 원자력 기술 및 산업 공개 설명회’를 열어 원자력 기술력 종주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국가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동시에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건설 수주를 위한 지원사격 목적도 있었다. 교과부는 요르단 수출의 기세를 몰아 현재 입찰이 중단된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팔라스 입찰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김 차관은 “네덜란드의 재정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지만 올해 말에 다시 계약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전 세계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우리나라가 앞장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전세계 50여개국에서 240여기가 가동중이다. 이 가운데 80%는 20년 이상, 65%는 3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다. 김 차관은 “앞으로 15년 안에 약 50기의 연구로가 국제 시장에서 조달돼 10조~25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과부는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관심을 보인 국가마다 맞춤형 전략을 세워 체계적인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5년 안에 연구용 원자로 건설이 예상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제르바이젠, 태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우선추진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공략키로 했다. 이밖에 터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를 ‘중·장기협력대상으로 분류해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995년 하나로 건설 이후 축적해온 우리의 기술력을 실증하기 위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를 2014년까지 건설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 높일 계획이다. 또 규격화, 통일화된 상용 원전과 달리,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출력과 용도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연구용 원자로 기준모델을 미리 개발해서 어떤 신규 발주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상용원전도 알고 보면 연구용 원자로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이번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계약을 보세요. 우리가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해주니까 상용원전 1기는 이미 우리나라에 맡길 것처럼 이야기하잖아요.”

김 차관의 밑그림은 선이 뚜렷했다.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상용원전 수출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김 차관은 “이번 수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용 원자로는 말 그대로 연구용 목적에 맞는 실험시설 장비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기술이 따라줘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한정적이었잖아요. 그래서 연구용 원자로의 수출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될 수 있어요.”

김 차관은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국제적인 수요에 대한 정보나 원자력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와의 네트워크 등은 정부와 원자력연구소차원에서 주도하겠다는 것.

▲ 김 차관은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내년부터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연구개발(r&d)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인밥은 민영회사에요. 우리는 교과부나 원자력연구원이 주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연구용 원자로를 개발해 만들지만 그 혜택을 기업에 넘겨주고 대신 기업은 그 부분에 일자리를 만드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게끔 유도합니다. 요르단에는 대우건설이 주계약자로 갔는데, 그게 ‘정부역할’이라는 것을 이번에 분명히 했죠.”

우리나라는 요르단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연구로 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열출력 용량별로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눠 신형연구로 기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도 상용원전처럼 표준설계화 할 필요가 있어요. 그동안 우리가 한번도 수출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표준화된 설계가 없거든요. 이 점이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죠. 다른 경쟁사는 수출경험이 있기 때문에 소·중·대형에 관련된 베이스디자인에 관련된 설계도는 이미 다 갖고 있어요.”

김 차관은 판형핵연료 등 우리가 연구개발은 했지만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신기술들을 실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정부가 지원·투자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연구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국제시장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성장하도록 주도할 것입니다. 민간에서 큰돈을 들여 이런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때문에 교과부가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몇 가지 기술이 부족했던 부분을 실증할 방침입니다.”

김 차관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원자력 안전은 최고수준”이라며 “이는 해외 발주처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국내 원전은 원전 최초상업운전 개시 이후 30년 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기준 3등급 이상 사고가 한 차례도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은 수차례의 3등급 이상 사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사고·고장 발생 건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일본, 프랑스의 사고·고장 건수는 원전 1기당 1~3회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3회를 기록했다.

또 최근 2년 동안 6기 이상의 원전 보유국가 중 원전 이용률도 93~94%대를 유지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말 UAE에 원전 수주할 때도 그쪽 관계자가 한국 원전이 안전해서 선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외국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에요. 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각종 원전 수주 소식이 연일 뉴스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늘고 있다. 김 차관은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김 차관은 “이럴 때일수록 국가 주도하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우리기술이 확실한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해외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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