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종량제ㆍ재활용으로 영구매립지 가능해져…타운 건설로 10년간 3.7조원 경제효과"

[이투뉴스] 1992년까지 서울에는 쓰레기산이라 불리는 난지도가 있었다. 서울시민이 버리는 생활쓰레기를 마구잡이로 쏟아부어 산을 이뤘다. 난지도의 악취는 한강 남쪽까지 넘나들었고 침출수는 한강을 오염시켰다. 난지도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서울시는 김포 매립지에 매립면허권을 사서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난지도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체계적이고 과학적 관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공사는 쓰레기를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해 연간 수백억의 이익을 내는 공기업으로 변모했다. 오는 7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조춘구 사장을 만나 수도권 매립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들판에 1992년부터 수도권 시민 2200만명이 버린 쓰레기를 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는 썩으면서 매립가스를 하늘로 내뿜었고 매립지에 큰 파이프를 박아 메탄가스가 올라오면 불을 붙여 태워 멀리서 보면 흡사 도깨비불 같았어요. 그리고 땅 속으로는 침출수가 줄줄 흘러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국회에서 뭇매를 맞기 일쑤였습니다."

2008년 7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조춘구(65) 사장은 초창기 수도권 매립지를 이처럼 묘사했다. 2000년 출범한 공사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물론 침출수와 매립가스 발생까지 완벽히 차단하는 위생매립을 실현했다. 이어 폐기물 에너지화·자원화 사업으로 매년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올리는 공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사내공모를 통해 만든 '세계 최대의 매립지를 세계 최고의 환경명소로'라는 공사의 비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혐오시설의 대명사'인 매립지가 '녹색성장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매립지가 한시적 수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영구 매립지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영구 매립지' 프로젝트 목표= 서울·인천·경기도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서울 상암동 난지도 매립이 종료된 뒤 1992년부터 인천 앞바다를 메운 땅(공유수면) 가운데 2000만㎡에 반입되기 시작했다. 수도권 매립지는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매립 가능 용량은 2억3000만톤에 이른다. 당시 전문가들은 2016년이면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공사가 예측한 매립 연한은 당초 예상보다 150여년이 늘어났다.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 분리수거 및 생활화 정착으로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줄자 공사는 2007년 매립 수명을 2044년까지로 수정했다. 이어 지난해 공사는 매립 가능 시기를 2161년까지로 다시 결론지었다. 매립가스의 바이오가스화, 생활폐기물 고체연료(RDF) 등 폐기물의 에너지화와 자원화 사업으로 매립양의 78%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정해진 기간 동안 쓰레기 매립을 종료하고 상암동처럼 공원으로 꾸민 뒤 빨리 매립지를 떠나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있는 한 쓰레기 매립지는 있어야 한다. 여기처럼 매립 가능한 부지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나. 만일 이런 땅을 구한다 하더라도 주민반대를 막을 길이 없다. 또한 새로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은가."

조 사장이 수도권 매립지의 영구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 협조와 인천 서구 주민들과의 협의가 과제로 남아있지만 조 사장은 "지자체의 이해관계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대사라는 차원에서 영구 매립지는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에너지환경타운으로 3조7000억원 수익 = 공사는 매립지 전체 가용면적의 65%에 달하는 455만㎡에 1조50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수도권 에너지환경종합타운을 완공하기로 했다. 공사가 추정한 에너지환경종합타운의 경제적 기대효과는 2020년까지 3조7107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폐기물 처리비 절감으로 2조1934억원, 원유 대체효과로 1조2684억원을 벌어들이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효과로 2489억원의 수익 창출을 기대했다. 이로써 영구 매립지 조성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환경종합타운은 가연성폐기물이나 유기성폐기물의 에너지화 시설등 폐자원 에너지타운과, 태양력·풍력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자연력 에너지타운, 바이오 에너지타운, 태양광 설치 등으로 자연력 에너지타운을 건설하고 환경에너지대학원 대학(가칭) 설립 등의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쓰레기를 압축시켜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생활폐기물 고체연료(RDF) 제조시설은 올해 말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공사는 미래의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동시에 이미 매립가스 발전시설을 통해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매립지에 설치된 1187개의 포집관을 통해 모은 매립가스로 50MW 규모의 발전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 발전시설에서 일년동안 18만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

조 사장은 "공사의 50MW급 매립가스 발전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로, 지난해 451억원의 수익을 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실적도 인정받아 이달 중 39만2000여톤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권(CER)도 발급받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 50mw 매립가스 발전시설과 매립이 완료된 1매립장에 나무를 심은 모습.

 

 

◆ 공원 속의 매립지 '꿈의 공원'= "매립지를 공원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 속의 매립지가 되도록 하겠다. 환경작품을 만들겠다. 워낙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도권매립지를 영구매립지로 조성하겠다는 조 사장의 구상은 매립지를 세계 최고의 환경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맥락과 연결된다.

공사는 우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인천시는 지난달 25일 매립지의 36홀짜리 드림파크 골프장 사업을 승인했다. 2005년부터 추진된 드림파크 골프장은 올 상반기  착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이용할 수 있다. 골프장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때 경기시설로도 활용된다. 공사는 수도권 매립지 내 수영장, 승마장 등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조 사장은 "매립지에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짓는다는 것은 한국의 수도권매립지가 친환경적인 환경명소란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라며 "나라의 품격도 높이고 지역주민들에게 이익도 돌려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지난해부터 매립 종료부지는 물론 예정부지에 1000만그루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매립지 악취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포플러 등 속성수를 심어 바이오에너지타운의 연료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매립지에 나무를 심어 숲에서 호랑이와 사자가 뛰어나오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 준공을 앞둔 경인 아라뱃길에 대해 조 사장은 "매립지를 아라뱃길의 정거장으로 만들어 중국에서 배를 타고 매립지를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매립지가 속한 지역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여주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조춘구 사장 프로필
▲1944년 경남 창녕 출생 ▲68~69년 고려대 총학생회잗 ▲74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77~81년 한국노총 조직부장 ▲93~98년 한국자원재생공사 전무·감사 ▲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직능정책본부 부본부장 ▲08년~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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