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등 투자리스크 고려해야" 지적도

SK가 그룹 계열사인 SK인천정유에 고도화 설비를 양도하기로 결정한 것에 따라 정유업계의 고도화 설비투자 바람이 새삼스레 조명받고 있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남는 중질유(벙커C유)를 재처리,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ㆍ경유로 바꾸는 시설로 업계에서는 시쳇말로 "돈 되는 설비"로  통한다.

 

고도화설비는 SK가 인천정유에 투자금액만 받고 넘기기로 한 접촉분해 방식의 FCC와, 수첨분해 중심의 HOU로 대별되며 FCC는 촉매와 중질유를 접촉시켜 주로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만들고, HOU는 수소와 촉매를 첨가해 중질유를 분해한 뒤 주로 등ㆍ경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값싼 중질유를 이처럼 '돈 되는' 경질유 등으로 탈바꿈시키니 업체들이 이러한 고도화 설비 증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 규모(이하 하루 기준) 면에서는 57만5000배럴로 업계 3위이지만 HOU와 FCC 각 6만5000배럴씩 모두 13만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갖춰 고도화 비율(22.6%)에서 만큼은 수위를 달리고 있다. 에쓰오일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새로 건설하려는 서산 공장에 15만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추가함으로써 고도화 분야에서 앞서가는 회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84만배럴의 원유 정제 능력으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SK도 HOU(4만5000배럴)와 FCC(5만6500배럴) 등 10만15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갖춰 고도화 비율이 12.1%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인천정유 측에 넘긴 FCC(6만배럴), 그리고 인천정유가 인천 지역에서 검토중인 5만5000배럴의 설비까지 합칠 경우 SK와 인천정유  합산 고도화 비율은 14% 가량으로 늘어난다.

 

다만 인천정유 측은 이번 FCC 양수에 따른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해 그동안 인천에서 검토해온 5만5000배럴의 고도화 설비 계획 추진은 당분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9만 배럴 가량의 고도화 설비를 가진 GS칼텍스는 5만5000배럴 규모의 증설을, 또 현대오일뱅크도 현재의 4만3000배럴에 향후 7만배럴의 증설을 각각 계획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설비 증설에는 각기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를 기준으로 볼 때 정제시 나오는 벙커C유 분량은 전체 원유의 40%가량인데 이것을 그대로 팔 경우, 고도화 설비를 통한 재처리로 휘발유를 만들어 팔 경우에 비해 배럴당 평균 28달러의 매출 손실을 본다"면서 "따라서 고도화 설비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양산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유수의 정유회사들이 고도화 설비 증설에 너무 많이 나서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고, 투자금액 역시 크기 때문에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시장상황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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