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3)

 

[이투뉴스/ 한무영] 봄의 단골 불청객중 하나는 산불이다. 산불로 애써 가꾼 산림이 소실되면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생기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수백년 지켜온 사찰 등 문화재가 타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의 대책을 세워왔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투자해도 산불 피해가 매년 반복된다면 대처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재해 방지를 위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봄에 산불이 많이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을, 겨울의 강수량이 적으니 땅이 건조하고 불이 나도 주위에 끌 물이 없기 때문이다. 강수량이 적은 것은 자연의 소관이지만 주위에 물을 비축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다.

불은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한다. 발화 초기에 진화한다면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으며 전문가나 고가의 대형 장비는 없어도 된다. 즉, 불이 난 인근 지역에 물이 있다면 초동진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불을 끄는 것은 물이다. 따라서 불관리와 물관리는 동시에 이뤄져야 하다. 즉 자체적으로 분산화된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산 중턱에 빗물이나 계곡수로 저류조를 만들어놓은 다음 비상시에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무동력으로 물을 대 불을 끄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관악산 계곡에 5톤, 10톤짜리 플라스틱 빗물저장조를 설치해 2년 동안 관찰했다. 겨울에는 얼지만 신축성이 있어 터지지 않는다. 공기와 접하지 않으니 뙤약볕에서 여름을 지내도 수질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물을 채운 후의 높이가 75cm 정도 되니 약간만 땅을 파고 묻어두면 동결과 수질문제 그리고 플라스틱의 손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둘 말아서 배낭에 지고 올라가서 적절한 곳에 설치하면 되니 시공도 간단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이 용량과 가격은 소방헬기의 운반용량 3톤과 비교된다.

이 물은 봄이 지난 후에는 환경정화용이나 청소용 등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용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확대해 산간지역 전체에 빗물탱크를 설치하자. 민가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 또는 상습발화지점에는 조금 더 많이 설치하고, 조금 덜 중요한 곳은 적게 설치하면 된다.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자. 즉, 지역 내 모든 빗물탱크의 현재 수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면 지역주민은 물론 중앙부서 모두가 현재 물탱크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현재의 집중형 불관리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 분산형 시스템으로 보완하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물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활용한다면 더욱 큰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과 불에 대한 비상금을 동시에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산불이 난 후에 허둥지둥 장비 구입과 예산집행에 나서기보다는 미리 돈을 투입해 예방 차원의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정부에 제안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보아 전국에 확대하자. 설치와 유지관리를 위한 지역주민의 일거리 창출도 가능하다. 또 성공하면 산불 방지를 위한 좋은 모델로서 첨단 관리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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