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새 2조7000억 적자, 요금인상 계획 폐지논란도

[이투뉴스] 한국전력이 심야전력 제도 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전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4년 6046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4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누적돼 최근 6년새 약 2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모두 심야전력 제도로 발생한 적자다.

심야전력 제도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생산된 전력으로 난방기기를 작동하는 등 밤에 생산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이 제도는 1985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전력 저장장치가 없어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계속 가동할 때 발생하는 전력을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한전의 선택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1985년에는 밤 10시 이후 거리 전체가 깜깜할 정도로 늦은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전력을 버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였기 때문에 심야전력 보급 확산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5년이 흐른 지금은 심야전력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현실과 맞지 않아 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인해 심야전력을 이용한 난방기기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원자력과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외에 발전단가가 비싼 LNG복합화력까지 가동해야 심야전력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심야전력은 kWh당 51.9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농사용을 제외한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등 종별 전력 요금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에 비하면 kWh당 80원이나 싸다.

싼 전력값으로 인해 심야전력 수요가 늘어나자 한전은 2000년부터 조금씩 심야전기 요금을 올리고 각종 보조금도 모두 폐지하는 등 심야전력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다.

한전에 따르면 2007년도 심야전력 요금은 전년도 대비 9.7% 인상했고 2008년에는 18%, 지난해는 8% 가량이 인상됐다. 

이 같이 요금이 조금씩 인상되자 심야전력 판매량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한전은 2007년 194억6737만782kWh를 판매하고 2008년에는 다소 증가한 193억9098만7308kWh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이보다 2억6982만4327kWh 줄어든 191억2116만2981kWh만을 판매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부터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제외한 가정에서는 신규로 심야전력 난방기기를 설치할 수 없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향후 심야전력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야전력 난방기기를 설치하기 위해 기다린 국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씨는 “2000년께 심야전력 난방기기를 설치했는데 너무 낡아 한전에 기기 변경을 신청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설치할 때 일반 보일러보다 비싼 값으로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일반 보일러로 바꾸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심야전력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전기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기를 마구 낭비해도 된다는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심야전력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촉진시키는 심야전력 요금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심야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심야전력을 폐지하기는 어렵다”며 “신규 사용자를 받지 않으면 심야전력 사용량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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